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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업계는 다시 살아나는 중일까? 본문
1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쇠퇴의 길로 접어든 듯했다.
한때 저렴한 에너지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혁신적인 발전원으로 여겨졌던 기술에 대한 열기는 안전과 비용,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대 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이 모두 이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부유한 국가들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원자력 업계의 부활을 점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원자력 부활에 대한 전망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상업용 원자력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 각국 정부는 무한해 보이는 원자력의 잠재력에 매료됐다.
원자로는 원자폭탄이 방출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힘을 제어하고 활용해 수백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우라늄 1킬로그램으로 석탄 1킬로그램보다 약 2만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는 흡사 인류의 미래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기술은 대중의 두려움 역시 초래했다. 그리고 1986년 초 유럽 전역에 방사능 오염을 확산시킨 체르노빌 사고는 이러한 두려움을 정당화하는 듯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대중과 정치권에서 원자력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업계의 성장은 둔화됐다.
2011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왔다. 사고 직후 일본은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고, 이후에도 재가동에 들어간 것은 12기 뿐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국가들은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나 노후 시설의 수명 연장 계획을 축소했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속에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량이 48GW 가량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원전 개발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중국에는 2011년 기준 13기의 원자로가 있었다. 현재는 건설 중인 23기를 포함해, 55기가 있다.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중국에게 원자력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진국들이 ‘파리 협정’에 따른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한 원인이다.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따뜻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 또한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도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커진 또 다른 원인이다.
실제로 한국은 향후 40년 동안 대규모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철회하는 한편,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프랑스도 전력의 70%를 공급해온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던 계획을 뒤집었다. 대신 최대 8기의 원자로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3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되풀이했다.
원자력 3배 확대는 백악관이 작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부대행사에서 주창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영국과 프랑스, 일본을 포함해 총 31개 국가가 2050년까지 원자력 사용을 3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또한 11월 22일 폐막한 COP29에서도 미국과 영국은 새로운 원자력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COP28 최종 성명서나 “현황조사” 등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을 무공해 또는 저공해 기술 중 하나로 “가속화”해야 한다는 데 합의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력에 대한 요구는 정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점점 더 많이 개발하기 위해 노력중인 거대 테크 기업들도 이러한 전력을 갈망하고 있다.
AI는 데이터에 의존하고, 데이터 센터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버클리 리서치’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는 현재 미국 전력 소비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10년이 지나면 9%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는 1979년 원자로가 부분적으로 붕괴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현장인 펜실베이니아의 악명 높은 스리마일섬 발전소의 재가동을 위해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전 사고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스리마일섬 발전소의 다른 원자로는 2019년까지 계속 전력을 생산했다. 콘스텔레이션의 최고 경영자인 조 도밍게즈는 이번 재가동 계약을 “원자력이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밝혔다.
다른 거대 테크 기업들의 접근 방식은 다소 다른다. 구글은 원자력을 더 쉽고 저렴하게 활용하고자 한창 개발중인 기술인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구매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SMR 개발 및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SMR은 부분적으로는 오늘날 원자력이 직면한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포장되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새로운 발전소를 엄격한 최신 안전 기준에 따라 건설해야 한다. 이는 엄청난 규모와 맞물려, 건설 비용을 상승시키고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다.
‘힝클리 포인트 C’가 좋은 예다. 영국 남서부의 외딴 해안가에 건설중인 이 원전은 영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먼저 건설에 들어간 원전이다.
이 원전은 영국에서 노후된 원자로를 대체하기 위한 신규 원전 중 첫 번째 원전이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예정보다 5년 정도 늦어지고 있으며, 비용도 계획보다 최대 115억 달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미국 조지아주 보글 플랜트에 있는 최신 원자로는 7년이나 늦게 문을 열었고, 당초 예산의 두 배가 훨씬 넘는 35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SMR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기존 원자로보다 더 작고, 전력이 필요한 곳과 가까운 곳에, 신속하게 조립할 수 있는 표준화된 부품을 사용해 지어진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80개의 다양한 SMR 설계가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 개념은 아직 상업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원자력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린다. 원자력 지지자들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력 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뉴클리에이션 캐피탈’ 펀드를 운영하는 로드 아담스도 그중 하나다.
그는 “핵분열은 지난 70년간의 역사를 통해 가장 안전한 발전원 중 하나임을 입증해왔다”고 말했다.
“원자력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원으로 유지 비용이 낮지만, 서구권 국가에서는 자본 비용이 너무 높습니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원자력이 해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인 M.V. 라마나는 “원자력을 청정 에너지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가장 비싼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더 저렴한 저탄소 에너지원에 투자하면 달러당 더 많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추세가 새로운 원자력 시대를 예고한다 하더라도, 한 가지 오래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원자력 발전 70년이 지난 지금도, 축적된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방사성 폐기물 중 일부는 수십만 년 동안 위험한 상태로 남게 된다.
많은 정부들이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밀폐된 터널에 묻어두는 지질학적 처분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시설을 만든 곳은 핀란드 한 곳뿐이다. 게다가 환경운동가들과 반핵 운동가들은 폐기물을 보이지 않는 곳에 저장해 두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자력 발전의 새 시대가 열릴지’ 여부는 어쩌면 이 수수께끼 해결에 좌우될지도 모른다.
사용후핵연료를 10만 년 묻어둔다는 핀란드의 계획
핀란드는 머지않아 사용이 끝난 핵연료봉을 지하 깊은 곳에 장기간 매립하는 최초의 국가가 된다. 에리카 벤케가 ‘온칼로’ 현장을 방문해 자세한 내용을 취재했다.
‘온칼로(Onkalo)’는 핀란드어로 동굴이나 구멍을 뜻한다. 말하자면 크고 깊은 어떤 것, 끝이 어디인지 혹은 끝이 있기는 한 것인지 감조차 잡기 어려운 게 온칼로다.
그 때문에 이 단어는 지난 20년간 핀란드가 만들어 온 거대한 무덤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토섬 암반 450m 깊이에 있는 온칼로는 세계 최초의 사용 후 핵연료 영구 저장소다.
올킬루오토를 향해 완만하게 구부러진 길에는 양옆으로 하늘 높이 가지를 뻗은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자연은 5개월간의 겨울을 끝내고, 생명을 움틔우고 있다. 땅에는 노란 빛깔의 작은 꽃이 가득하고, 대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채워졌다. 산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현장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다.
올킬루오토 해변에는 나란히 지어진 세 개의 원자로가 있다. 이 중 세 번째 원자로가 올해 가동을 시작했다. 서유럽에 전력을 공급하고자 신규 원자로가 세워진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이 원자로들과 남부 해안 로비사에 있는 원자로 2기에서 핀란드 전력의 33%가 나온다.
올킬루오토 원자로에서 차로 몇 분 정도를 달렸다. 세계 최초의 핵폐기물 지질학적 처분 시설(GDF) 건설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었다.
온칼로 건설에는 약 10억 유로(약 1조4000억 원)가 들었다. 운영은 약 2년 후에 개시될 예정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온칼로가 등장하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말한다. 2020년 현장 방문 당시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모두가 고준위 방사성 핵폐기물 지질 저장소 관련 아이디어를 생각만 하고 있었지만, 핀란드는 실제로 해냈다”고 말했다.
헬싱키 대학 방사화학(방사성 물질의 생산과 활용, 안전한 관리를 위해 그 화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광범위한 기초 학문 분야) 교수인 가레스 로는 영국과 미국,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도 이미 비슷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핀란드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핀란드가 다른 국가들보다 최소 10년은 앞서 있습니다.”
온칼로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긴 시간 동안 방사능이 잔존할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미 이 시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핀란드는 핵폐기물 해법을 찾아낸 것일까? 또한 먼 미래에도 핵폐기물이 안전하게 보관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현재 원자력은 전 세계 전력의 약 10%를 생산한다. 탄소 배출이 적어, 원자력이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원자력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우선 건설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여전히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몇몇 국가에선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하거나 용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원자로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은 대규모 확장을 계획 중이다.
원자력 발전소 자체의 안전성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더불어 환경 및 인류 건강을 수십만 년간 위협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사용 후 핵연료와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해결책도 찾아야 한다.
방사성 폐기물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하며, 인간이 상식적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기간동안 환경과 격리돼야 한다.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원자력과 관련된 커다란 숙제 중 하나로 떠오른 이유다.
IAEA는 2016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26만 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중간 저장지(주로 원자로 부지)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약 70%는 저장 수조에, 나머지는 ‘건식 캐스크’라고 불리는 콘크리트 및 강철 용기에 보관되어 있다.
이런 상태를 무한정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인류는 60년 넘게 원자력의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에서 핵물질에 대해 강의하는 루이스 블랙번은 말했다. “핵 폐기물 처리는 미래 세대에 맡길 게 아니라, 우리 세대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그는 온칼로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지어졌다고 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면서 거대한 이정표입니다. 핀란드는 성공적인 협력과 대중과의 투명한 소통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모범 사례를 전 세계에 보여준 겁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놓고 고심해 왔다. 사용 후 핵연료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폐기물 중 관리가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 블랙번은 사용 후 핵연료가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수준의 방사능을 생성한다고 말했다.
로에 따르면, 학계에선 온칼로와 같이 안정된 암반을 가진 곳에 특별 저장소를 만들어 수십만 년간 지질학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가장 실현 가능한 접근법”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는 땅을 파고 터널을 뚫고, 폐기물을 내려보내고, 폐기물을 둘러싸는 장벽을 건설하는 공학적 해법을 갖고 있습니다.”
핀란드 방사선 및 원자력 안전국은 온칼로의 암반 특성이 사용 후 핵연료 최종 처리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데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핀란드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온칼로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며 지진 위험도가 낮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 ‘포시바’의 수석 지질학자인 안티 요우첸은 “온칼로의 암석은 마이그마타이트 편마암으로, 한 암석에 두 가지 암석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거의 20억 년이나 된 암석으로 매우 단단하죠.”
암석은 핵폐기물 처리 계획에 포함된 3가지 안전책 중 하나이기에, 어떤 암석이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또한 땅속 깊은 곳에 처리 터널과 구멍을 뚫을 수 있을 만큼 상태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로는 온칼로가 기존 원자력 발전소와 가깝다는 점도 입지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님비 현상, 즉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미 원자력 시설을 문 앞에 두고 있고 이를 받아들였죠. 따라서 폐기물을 이곳에 둔다는 게 그다지 주민들의 생각과 다른 건 아니었습니다.”
먼저 재처리하지 않은 사용 후 연료봉이 온칼로 저장 시설로 옮겨진다. 일부 과학자들은 재처리(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분리해 재사용 가능한 핵물질과 고준위 핵폐기물을 생산하는 과정)를 하면 남는 폐기물 양이 줄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재생해 새로운 연료를 만드는 데 쓸 수 있습니다.” 포시바와 함께 연구를 수행한 헬싱키 대학 화학과 강사 마르야 시타루 카우피의 말이다. 전 세계 핵폐기물 중 약 3분의 1이 재처리되고 있고, 이후의 핵폐기물은 유리화된다.
그러나 재처리가 핵 테러 위험을 높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리화된 폐기물이 지하수와 만나 용해될 수 있다. 온칼로 건설과 운영을 맡은 포시바 측은 재처리는 기술적으로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포시바의 연구 개발 코디네이터인 요한나 한센도 재처리를 해도 여전히 일정량의 고준위 폐기물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 폐기물 처리 시설이 필요한 겁니다.”
약 20여 년 전 핀란드의 원자력 발전소 2곳은 사용 후 핵연료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핀란드는 이를 위한 시설로 온칼로를 짓기로 결정했다. 2000년 12월 핀란드 정부는 “검토된 핵폐기물 처분 선택지 중에 암반 심층 처분이 고준위 핵폐기물을 생물권과 인간 서식지에서 격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최선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며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온칼로 저장소는 스웨덴 회사와 포시바가 함께 개발한 ‘KBS-3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이 개념은 핵폐기물 주변에 3중 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첫째, 구리 용기에 넣는다. 그리고 용기를 물을 흡수하는 점토인 벤토나이트로 감싼다. 마지막으로 암반 깊숙한 터널에 묻어 세 가지 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20년 넘게 참여해 온 한센은 “이 과정은 지표면에 있는 캡슐화 공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여기(캡슐화 공장)서 사용 후 연료봉을 두 개 부분으로 구성된 처리 용기에 넣습니다. 용기의 내부 셸은 주철로 만들었고 외부 셸은 5cm 두께의 구리로 되어 있죠.”
그런 다음 통의 뚜껑을 용접한다. 최종 처리 장소로 가려면, 지하 450m 아래의 수평 저장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폐기물이 담긴 통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약 437m 깊이의 도착 지점으로 이동한다. 내가 2023년 5월에 현장을 방문했을 때 조명이 밝혀져 있는 넓은 공간에 두 개의 커다란 빨간색 X가 표시된 문이 있었고, 그 문 뒤에 엘리베이터 통로가 있었다. 이곳에선 안전이 핵심이다. 여전히 건설이 활발히 진행 중인 현장이기 때문이다. 한센은 여기서부터는 로봇 이송 차량이 폐기물 통을 처리 구멍까지 옮긴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쪽 구멍이 막혀 있는 처리 터널은 총 5개 만들어졌다. 모두 350m 길이다. 시설에 폐기물이 채워지는 상황에 맞춰, 수년간 85개의 터널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각 처리 터널 바닥에는 약 40개의 수직 원형 구멍이 있다. 각 구멍의 깊이는 8m, 폭은 2m다. 수직 구멍마다 하나씩 핵폐기물이 들어갈 예정이니, 총 3000개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요우첸은 “총 5500톤의 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온칼로는 핀란드의 원자력 발전소 5곳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배출하는 모든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한센은 폐기물 통이 매립되고 나면, 구멍은 벤토나이트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 구멍에 통을 넣으면 벤토나이트를 넣어 터널을 다시 메우고 콘크리트로 밀봉할 겁니다.”
사용 후 핵연료의 영구 처리 작업은 향후 몇 년 내 시작될 것이다. 포시바는 저장고가 가득 차기까지 100~1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저장고가 가득 차면, 시설 전체가 봉인된다. 이를 통해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담긴 통을 외부와 격리된 채로 최소 10만 년 동안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보관하겠다는 것이다.
요우첸은 비록 이곳이 지진 위험이 낮은 곳이긴 하지만 지진 활동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백만 년 동안 몇 차례 빙하기가 있을 것이고, 이 빙하기는 지진 위험을 초래할 것입니다. 온칼로 꼭대기에는 지각을 수백m 아래로 밀어낸 2~3km 두께의 빙상이 형성될 것입니다. 온칼로는 이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죠.”
그는 빙하기가 끝나면 지각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지진이 발생하면 저장 용기를 깨뜨릴 정도의 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가능한 한 최상의 위치에 처리 구멍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처리 구멍은 균열이 없는 암반의 부위에 있습니다."
방사성 폐기물을 장기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으로 나온 아이디어는 GDF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심부 시추공 처분을 고려 중이다. 터널 건설 없이 얇은 시추공을 통해, 폐기물이 담긴 통을 3500m까지 내려보내는 방식이다.
신뢰도는 낮지만, 다른 선택지도 제안됐다. 핵폐기물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거나, 지구의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아래로 내려가는 섭입대 지역에 집어넣는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접근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과학자들이 있는 만큼, 대안을 계속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포시바는 이론적·실험적 연구에 따르면 온칼로가 장기적으로 핵폐기물 보호막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온칼로에 사용된 KBS-3 처리 개념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비판론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KBS-3는 다중 장벽 원칙에 기반한다. 사용 후 핵연료를 구리 용기, 벤토나이트 점토, 암반이라는 세 가지 보호 장벽 안에 보관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장벽은 구리 용기다. 온칼로는 구리가 혐기성 조건, 즉 벤토나이트 점토와 함께 암반에 묻혀 있을 때와 같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는 부식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스웨덴 왕립 기술 연구소(KTH) 소속 연구원들은 합금되지 않은 구리 용기의 내식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실험 결과 구리가 혐기성 조건에서도 부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KTH 소속 화학자 피터 사칼로스는 “벤토나이트 점토와 암석으로 터널을 채울 수 있지만, 자연을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이 터널 안으로 들어가면 이론적 모델에서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구리가 부식될 것입니다.”
사칼로스는 부식 균열로 인해 100년 안에 온칼로에 있는 많은 용기들이 깨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시바는 부식에 대한 자체 연구를 거친 후, 이러한 주장을 반박했다. 포시바의 과학자들과 독립 전문가들이 작성한 논문은 “구리 셸의 응력 부식은 온칼로 저장소 조건 하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실험 조건에서 관찰된 부식은 지하 450m라는 온칼로의 조건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상충하는 증거로 인해 스웨덴에선 온칼로와 동일한 KBS-3 개념을 기반으로 저장소를 구축하려던 계획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1월 스웨덴 정부는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포스마크에 GDF 건설을 승인했다. 포사바의 한센은 이 개발이 구리 논란을 종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튼튼한 다중 장벽 개념을 갖고 있고 향후 백만 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센은 말했다. “우리는 통이 초기에 누출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 점토가 잘못 설치되면 어떻게 되는지, 터널에 물이 더 많아지고 물의 화학 성분이 예상과 다르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살펴봤죠. 결과는 우리가 안전한 측에 속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칼로스는 구리 부식에 대한 연구를 더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소한 핀란드와 스웨덴에선 건설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
온칼로와 스웨덴에서 구상하는 시설은 모두 방사성 폐기물을 최소 1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목표다. 요우첸은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살았던 기간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지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말 상상도 안 될 정도로 긴 기간이죠.”
시설이 가득 차면, 터널을 봉쇄하고 지상에 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땅을 복원할 것이다. 요우첸은 “(그 위에) 동물과 식물이 살게 되고, 집이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120년 후에도 살아 있다면 기꺼이 온칼로에 땅을 한 평 사겠다고 했다.
먼 미래의 일은 더 불확실하다. 수천 년 안에 온칼로에 대한 정보가 인류사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사회과학자들은 인류가 남겨 놓은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인류 또는 먼 미래에 인류의 뒤를 이을지도 모르는 다른 존재와 소통하는 법을 고민해 왔다.
온칼로 표식과 관련된 논의 중 하나는 훗날 언어가 사라질 때를 대비해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위험 신호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러나 현재 포시바와 의사 결정권자, 연구자들의 생각은 온칼로에 전혀 표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요우첸은 “미래 세대는 이 사실을 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온칼로는 아주 깊은 곳에 있고, 세상과 단절된 형태입니다. 여기에는 구리와 플루토늄이 많이 저장될 것이고 표지판이 있으면 사람들이 구리를 캐내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도굴꾼들이 약탈한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 시설이 100~120년 정도 운영될 것인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카우피는 표식 관련 논쟁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관점에서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헬싱키 대학 학생들에게 방사능이 불과 120년 전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자주 상기시킨다. “우리는 지금 향후 수십만 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앞으로 100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조차 알지 못하죠.”
카우피는 핀란드가 온칼로를 잘 만들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해법에 대한 문은 여전히 열어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훗날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현명한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들이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정직한 연구에 기반한 현재의 지식을 활용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21세기 상업용 원자로의 과제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건설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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