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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 본문
전 세계를 덮쳤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 대중의 관심을 잃었지만 여전히 사망자를 내고 있다.
작년 10월 말 전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은 무언가 불안한 흐름을 포착했다.
역학자 애덤 쿠차르스키는 트위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및 입원 환자 수는 계속 급증하며 연일 놀랍지만 슬프게도 점점 익숙해지는 수치를 기록했다.
현재로선 사망자가 급증하기보단 조금씩 서서히, 그렇게 끊임없이 매일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비교적 최근인 작년 12월 21일 자 영국 정부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잉글랜드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133명이었다. 물론 하루에 천여 명이 사망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그리 주목할만한 수치는 아닐 수도 있다. (같은 주에 미국에선 2919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쿠차르스키 교수가 지적했듯이 하루 단위로 보면 낮은 수준인 사망자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되다 보면 엄청나고도 충격적인 숫자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한해 기준 잉글랜드의 코로나19 사망자는 4만6099명이었다. (당국은 더 이상 영국 전체의 사망자를 집계하지 않는다.)
이는 2020년 사망자 7만5240명, 혹은 2021년의 7만4558명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여전히 예상보단 큰 숫자다.
그에 비해 독감 및 폐렴이 특히 기승을 부리는 기간에도 영국 내 관련 사망자는 약 3만 명대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꽤 많은 이들이 사망하고 있으나 영국 의회는 물론 언론사들도 이러한 꾸준한 사망자 수치보단 고물가나 에너지값 상승 등 무수히 많은 다른 위기와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영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벗어났던 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이 바뀌기 위해선 과학자들 또한 '슈퍼 변이'의 등장 등 급격한 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혹은 쿠차르스키 교수가 설명했듯이 우리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정점이던 시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하루 단위로는 비교적 적은 사망자 수가 서서히 증가하면 결국 어떤 큰 숫자에 이를 수 있는지 간과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쿠차르스키 교수는 "2021년 델타 변이 유행 시기 이런 일이 있었다"면서 "(일일 감염자 수가) 매우 높은 정점을 기록한 건 아니었으나, 유행 기간이 훨씬 더 길었다. 이에 따라 실제 입원 환자 수는 2020년 수준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휩쓸지 않고 훨씬 더 오래 유행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매주 2000~30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는 등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하버드대 역학자 윌리엄 해나지 교수는 작년 7월 한 대형 언론사에 서신을 보내 현재 주간 사망자 수 추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추정할 경우 사망자 수는 독감 대유행 시즌 3번을 합친 사망자 수와 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은 더 이상 신문 헤드라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19 관련 수치는 (여전히) 꽤 크다"는 해나지 교수는 "그런데 우리는 보통 무언가 일정하게 일어나면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작년 1~11월 미국인 24만8000여 명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했지만, 우리는 이러한 숫자에 익숙해졌다. 그 정도 사람들이 사망하는 건 이제 마치 일상이 된 듯한 모습이다.
뉴욕시립대 역학자 데니스 내쉬 교수 또한 "사망자가 매우 크게 치솟아야 비로소 주의를 기울이게 돼버렸다"면서 "데이터에 큰 무언가 변화가 찾아오지 않은 한 현재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되는 숫자들을 보면, 오늘날에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망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무서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내쉬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중 다수는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경우라고 느끼기에 더욱 좌절감을 느낀다.
추가 백신접종에 대한 망설임
정부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여러 그래프와 시각 자료를 넘어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는 코로나19 사망자 규모를 자세히 분석하기란 무척 어렵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종류의 인구통계학적 정보가 마련됐으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이제 영국과 대서양 반대편 많은 국가에선 이러한 종류의 조사 및 집계가 크게 줄었다.
내쉬 교수는 이러한 예산 삭감은 심각한 공중 보건 정책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지난 5~6개월간 입원율과 위중증률 등을 제대로 조사했다면 무엇을 간과하고 있으며, 왜 그렇게 됐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내쉬 교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까지도 아니고, 국가와 지역 정부 차원의 공중 보건 정책 내 기본 기능이 미흡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병원 현장 일선 의료진과의 이야기를 통해 상황을 종합해볼 수 있다.
미 테네시주 밴더빌트 대학 의료 센터의 역학자 윌리엄 샤프너 교수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에 취약계층으로 꼽힌 이들 중 여전히 사망자가 많다고 한다.
샤프너 교수는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고령층이거나, 약물 혹은 질병으로 인해 면역체계가 저하된 이들이 많다"면서 "고위험군"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노스 맨체스터 종합병원의 전문의 앤드류 유스티아노브스키 또한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사망자 대부분이 면역력이 매우 억제되거나 약한 사람들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라는 유스티아노브스키는 "이들이 무조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했다는 뜻은 아니다. 병원에서 코로나에 걸려 사망에 이른 것일 수도 있지만, 기저 질환이야말로 실제 사망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많은 의료진은 고위험 인구를 더욱 위험으로 몰아넣는 지속적인 문제로 추가 백신 접종 부진을 꼽았다. 심지어 고위험군의 추가 백신 접종률도 그리 높지 않다.
영국에선 현재 50대 이상이거나 50대 이하일지라도 기저질환자라면 국민 보건 서비스(NHS)를 통해 이번 가을에 추가 접종을 받을 수 있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추가 백신을 맞은 사람은 대상자 중 절반에 불과하다.
이러한 추가 접종에 대한 망설임은 미국에선 더욱 심각한 문제로, 65세 이상 미국인 중 29.6%만이 최근 백신을 맞았다.
백신 접종의 접근성 문제부터 정치적 논란과 가짜 뉴스로 인한 백신 거부감, 정치인들과 대중 모두 이제 더 이상 코로나19에 집중하고 싶어 하지 않는 "코로나 무관심"까지 이러한 망설임은 여러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팬데믹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빈축을 샀으며, 공중 보건 관련 뉴스 또한 원숭이두창, 소아마비와 같은 다른 질병과 함께 지난 2년간 수술이 밀리면서 부담감이 막중한 의료 기관의 사정 등으로 채워졌다. (원숭이두창에 관한 BBC 퓨처의 뉴스는 링크를 참조)
이미 감염된 적이 있거나 백신을 맞아 2중 면역력을 확보했으며, 평소 건강 상태 또한 양호한 사람들에겐 추가 백신 접종이 별다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증거를 통해 고위험군에선 접종으로 획득한 면역력이 빠르게 약화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요양원에 거주하는 고령층 집단은 접종 후 불과 3개월 만에 면역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3월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공중 보건 당국이 고위험군이 추가 접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해나지 교수는 "우리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를 더욱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확실히 미국에서만큼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정치적 무관심과 대중의 피로도가 겹치면서 우리 사회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어쩌면 생명을 구했을 추가 백신 접종 대상자임을 알지도 못한 채 사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위험군 보호
고위험군이야말로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에 가장 타격을 입는 이들이기에 우리 사회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혹은 계속 발생 중인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위스 베른대 '사회 예방 의학 연구소'의 역학자 엠마 호드크로프트 박사는 스위스 당국은 추가 백신 접종 대상을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했다면서, 다른 지역도 이러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고령층의 추가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 전염력을 줄일 수 있기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호드크로프트 박사는 "고위험군에 속한 누군가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정말 나쁜 결과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팍스로이드'와 같은 코로나19 치료제는 사망률 저하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다.
영국 정부는 작년 말 팍스로이드 498만 회분을 구매했으나, 현재까지 극히 일부만 사용됐으며, 미국에서는 팍스로비드가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내쉬 교수는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에 팍스로이드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의사들도 있는데,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팍스로이드 등은 고령층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백신을 맞거나 심지어 추가 백신을 맞더라도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백신 미접종자 및 기저질환자들이 우선 처방받아야 합니다."
또한 '리제레논'사의 코로나19 복합(칵테일) 치료제 '로나프레브(리젠코브)'나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이부실드' 등 인체 면역 체계를 돕는 단일클론항체를 조합한 요법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하긴 약하다는 우려도 있다.
결과적으로 해나지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이인 BQ.1.1와 같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전체적인 인구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테지만, 이로 인해 고위험군은 지속해서 사망하리라 전망했다.
"이러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점차 단일클론 항체 조합 치료 효과가 감소하리라는 점은 꽤 분명해 보인다"는 해나지 교수는 "그렇게 되면 고위험군은 이번 겨울 기승을 부릴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들은 소수이기에 우리 사회는 이들이 처한 상황을 비교적 가볍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인 관심
여러 가지 측면에서 코로나19의 불평등성은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심해졌을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속적인 죽음을 막을 방법이 있지만, 이를 위해선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부터 전파 경로 차단, 건물 환기 시설 개선 등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희생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호드크로프트 박사는 "몇 년 전보단 상황이 훨씬 나아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정도가 모든 이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 건물 내부를 자주 환기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끊임없이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이 위험한 사람들을 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 소유주를 설득하는 등 그 과정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선 비록 소수의 사람이지만 현재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차기 단일클론항체 등에 크게 투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편 샤프너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화회의에서 이러한 치료제의 효과 감소가 이미 미국 일부 지역에선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암울하게도 현실에선 비용 대비 편익을 따지게 된다.
미국인 중 면역저하자는 약 3% 정도이며, 과학자들은 새로운 항체를 개발하고 시험하고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는데 약 2억달러(약 2490억원)가 들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누가 그리고 왜 코로나바이러스로 아직도 사망하는지 계속해서 이해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위기가 또 한 번 갑자기 찾아왔을 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상황 모니터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해진 상태다. 인구 집단별 면역력도 다른데다가 변이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에 언제 대유행이 다시 찾아올지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특정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 변이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이 높은지 확인하는 것조차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지속해서 추적하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호드크로프트 박사는 "현재 이러한 종류의 데이터 수집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이 몇 개월마다 감소하고 있다"면서 "그렇기에 언제나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상황이 변할 경우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수준인지, 권고 혹은 경고 사항을 내리거나, 여러 조처를 하기 충분한지 어떻게 확신하나"고 반문했다.
한편 의료진은 비극적이지 않은 죽음이란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판단할 때는 어느 정도 현실성을 갖춰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유스티아노브스키는 많은 국가의 의료 체계는 결국 보유한 자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적절한 백신 혹은 치료제 개입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완전히 막을 수 있었다면 심장병이나 수막염 등 기타 만성 질환 또한 예방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입과 조치는 상황의 (종결을 위한 게 아닌) 악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필요한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 근처에도 못 미칩니다. (그렇지만) 개입을 통한 개선 여지가 여전히 있냐고요? 네. 하지만 상황이 완벽하게 갖춰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의료 시스템의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30세 흡연자에 (당국이) 개입하면 폐암 발생률은 낮아지겠고, 심장병 발병률도 낮아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약간의 현실감도 있어야 합니다."
'Guide Ear&Bird's Eye8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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