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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자연을 사무실로…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뜬다 본문

Guide Ear&Bird's Eye/영국 BBC

재택근무: 자연을 사무실로…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뜬다

CIA Bear 허관(許灌) 2020. 11. 16. 16:07

코로나19 시대 실내에 식물을 배치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길어지는 재택근무로 일에 대해 동기부여를 하기 힘들어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한 가지 디자인 철학을 시도해보자. 생산성은 물론 행복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 여행 작가로서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던 마소바이다 모간은 미국 워싱턴 DC에 살면서 실리콘밸리의 한 기술 회사와 원격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몇 주 이상 한 장소에 정착해 지내는 것은 그의 36년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간은 해외 모험 시 종종 발견하던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아파트에 실내용 식물들을 들였다. 새 식물을 25가지나 구입한 모간은 "이 식물들이 결코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내가 12평 스튜디오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이 공간은 생산성을 발휘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평화를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식물플루언서(plantfluencers)'의 유행에 힘입어,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실내 식물 구매는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내 식물 판매량은 2017년에 비해 2019년에 이미 50% 증가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실내 식물을 최적화된 재택근무 조건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필수적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환경을 여러 물건들로 꾸미고자 하는 열망이 자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건강과 복지 증진을 추구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성장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미국의 다국적 기술 회사인 아마존이 시애틀 본사에 구 모양의 온실을 지은 뒤 2020년까지 지속되고 있는 인테리어 트렌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주 레드먼드 근처에 트리 하우스 회의실을 만들었고, 페이스북은 실리콘 밸리 허브에 1만4568㎡ 규모의 옥상 정원을 만들었다

평온함과 생산성을 위해 실내 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을 고려한 근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자연이 포함된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생산성과 창의성, 주의력이 증가된다는 증거는 점점 더 늘고 있다. 하지만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실내 식물 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

빛, 색깔과 함께 놀기

독일의 정신 분석가 에히리 프롬은 1960년대 인간이 자연과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며 '생명애(Bilphilia)'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책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저자 야나 쇠더룬드에 따르면 바이오필릭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제조 환경 내에서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려는 의도적 방법으로, 2000년대 초까지는 유행하지 않았다.

야나 쇠더룬드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다양한 규모의 도시 디자인에 패턴이나 재료, 모양, 공간, 향기, 빛, 소리 등 모든 형태의 자연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내 식물은 아마도 가장 명확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비록 이들의 공기 정화력은 사실보다 과장된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있는 대형 사무실 두 곳에서 몇 달 동안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식물이 있는 친환경 사무실은 그렇지 않은 사무실보다 직원들의 생산성이 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쇠더룬드는 식물을 더하는 것 외에도 조명과 색깔 등을 사용해 홈 오피스를 최적화할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고 말한다.

쇠더룬드는 건강한 자연을 나타내는 흙 색조를 통해 자연과의 간접적 경험을 추가하면 긍정적인 심리적·생리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어두운 주황색과 같이 죽어가는 식물을 상징하는 색이 아닌, 숲을 연상하는 초록색·하늘색·갈색 등을 시도해보라"면서 "창 밖을 보고 자연의 색상을 내부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 볼 것"을 조언한다.

연구에 따르면 특정 색깔들은 확실히 업무 부위기를 바꾼다. 예를 들어 초록색은 창의력을 증진시키고, 따뜻한 노란색이나 빨간색은 집중력을 늘린다. 마찬가지로 자연적인 프랙탈 무늬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자연을 통해 얻은 신체적·정서적·인지적 반응을 작업환경과 긍정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목표다

다감각 경험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바이오필릭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소냐 보차드는 "사람들이 야외에서 영감을 받은 사무실 디자인을 식물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다중 감각 경험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정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는 감각 자극과의 짧은 상호작용은 혈압과 심박수를 개선하고 교감 신경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창가에 흔들리는 풀을 두거나, 책상 위에 어항을 놓는 식이다.

보차드는 "향기 감각 역시 좋은 디자인이 된다"면서 "창문을 열거나 초 또는 천연 오일을 사용해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보차드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에서 간과되는 요소 중 하나가 자연에서 온 물건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조개껍질이나 돌멩이 같은 단순한 것들이 촉각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조언한다.

관리된 차분한 공간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런 요소들의 축적된 효과를 연구하고 있지만, 보차드와 쇠러둔드는 "집안이 너무 어수선해지고 있다면, 너무 멀리 간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하는 것은 여러 감각적 장점을 제공할 수 있지만, 사무실에서 산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차드는 "야외에서 많은 혜택과 가치를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내에서 90% 이상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자연을 내부로 가져오는 디자인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실내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야외를 실내 공간으로 가져오는 것이 시급하다

워싱턴 DC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모간은 식물과 리넨 가구, 자연 채광 등을 이용해 집안 근무 공간을 꾸미기 전까지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에 대해 알지 못했다. 모간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매일 화상 통화를 할 때도 동료들에게 마음을 달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모간은 "카메라를 통해 생산적이면서도 휴식을 취하고 평온함을 가질 수 있는, 잘 관리된 차분한 공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가진 에너지를 전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그의 일과는 이름을 붙여준 식물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연 채광을 받도록 해주고, 천연 오일 디퓨져에 생산성을 높여주는 조합인 스피어민트와 레몬그라스를 섞는 것으로 시작한다.

재택근무를 새롭게 시작한 이들에게 다감각적 바이오필릭 경험은 단순히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하루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열쇠가 될 수 있다[BBC 뉴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