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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는 어떻게 할리우드를 장악했나 본문
인도네시아 작가 제시 Q 수탄토는 첫 장편소설 출간 계약을 할 때만 해도 소설의 영화 판권이 넷플릭스에 바로 팔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수탄토는 자신의 데뷔작은 케빈 콴의 소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80년대 말에 나온 청춘 영화 '베니의 주말'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소설 '다이얼 언티스(Dial A for Aunties)'는 한 결혼 사진작가가 실수로 소개팅 상대를 죽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그는 “요즘 같은 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과장된 줄거리, 살인이라는 극적인 요소와 인도네시아의 큰 결혼식이 만나 독자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의 결혼식은 굉장히 화려합니다. 보통 하객 수만 2000명이 넘어요. 제 책의 주인공은 엄마와 이모들의 도움을 받아 시신을 숨기게 되죠.”
수탄토는 이번 영화에 책임 프로듀서로 직접 참여한다. 그는 미국에 이민 간 대만 가족을 다룬 미국 시트콤인 '프레쉬 오프 더 보트(Fresh off the Boat)'의 감독 나나차카 칸를 연출가로 직접 골랐다.
그는 존 추 감독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자신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케빈 콴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주요 배역들을 모두 아시아계 배우로 채워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2억3850만달러 (2939억원)를 벌어들이며 상업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냈다.
그리고 지난해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아시아 영화가 드디어 세계 대중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걸까?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
오는 12월 5회를 맞는 마카오 국제영화제의 예술 감독인 마이크 굿리지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시장이 됐다"며 “13억 명 인구를 가진 중국이 사실상 미국 시장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나오는 엄청난 규모의 히트 영화들을 보면, 중국 시장 안에서만 10억달러(1조1154억원)를 벌어들입니다.”
굿리지 감독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같은 스트리밍 업체 덕분에 업계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미국 문화 제국주의가 강했습니다. 전 세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함께 기다렸죠. 미국이 영화를 만들면 전 세계로 뻗어 나갔어요.”
그는 미국에서 시작한 스트리밍 업체가 다른 나라에서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현지 드라마나 영화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분석했다. 물론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굿리지는 이에 따라 "요즘 미국 회사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직접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여러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됐다고 했다.
그는 “요즘처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새로 볼 것을 찾다가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요즘 자막을 읽는 것에 더 우호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기생충'의 성공 사례
한국은 이미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케이팝 그룹의 세계적 성공 사례를 통해 한국의 대중음악이 전 세계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그 가능성을 또 한번 입증했다.
'기생충'의 영어판을 번역한 달시 파켓은 지난달 29일 개막한 런던한국영화제 프로그램을 짜는 데 참여했다. 개막작에는 강대규 감독의 '담보'가 선정됐다.
봉준호 감독의 단편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었다. 파켓은 “봉준호 감독의 이전 작품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하다"며 "봉 감독의 스타일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과 같은 다른 한국 감독들도 국제 팬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인구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횟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영화를 굉장히 사랑하고 스토리텔링 기법도 굉장히 세련됐어요. 서구권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에 대한 거리감이 조금은 줄었을 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굿리지 감독은 중국 영화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가치나 스타일이 서구권 관객들에게 항상 잘 전달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 영화는 전개가 매우 명확해요. 사회의 규칙을 철저히 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살인을 했다면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해요.”
그는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캐릭터의 성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런 줄거리 전개가 일차원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반대로 “중국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흥행에 참패"한 것을 예로 들며 이런 문화적 차이는 상호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아메리칸 스토리의 부상
2018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성공이나 2019년 룰루 왕 감독의 영화 '페어웰'의 인기를 실감한 할리우드는 아시아계 미국인 이야기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킬링 이브'의 산드라 오와 '페어웰'의 아콰피나 주연의 코미디 영화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공동 작가인 아델 림은 일본 감독인 히카리와 함께 영화 '로스트 포 워즈' 작업을 맡았다.
림은 최근 디즈니의 새로운 장편 애니메이션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도 공동 작가로 참여했으며, 아콰피나와 스타워즈 시리즈의 켈리 마리 트랜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그렇다면 아시아 현지 영화 산업은 어떨까?
하와이 국제 영화제의 미술 감독인 베트남계 미국인 앤더슨 레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베트남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의 경쟁을 피했다고 말했다.
“인구 1억 명인 베트남은 한국, 대만과 뉴질랜드처럼 코로나19 방역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며 “영화관도 문을 열었고 예매율도 낮지 않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베트남 영화는 국내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하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관객들이 좋은 베트남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베트남, 중국, 한국과 같은 나라의 영화 산업은 인도의 발리우드처럼 성장하고 있다며 "할리우드 영화가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시아 영화인들이 자신의 영화가 할리우드 텃밭인 아카데미에서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한다고 말했다.[BBC 뉴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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