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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최고위원 - 일평서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본문

Guide Ear&Bird's Eye3/머리소리함 31년 경력자 허관(許灌)

김민석 최고위원 - 일평서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CIA bear 허관(許灌) 2009. 1. 9. 10:24

일평서신 8-최고의 선물

크리스마스입니다. 선물 많이 주고 받으셨나요? 평소 원하고 갖고 싶던 것 선물로 받으면 참 기쁘지요.

독방 한 달 째입니다. 하루 종일 매사를 감사히 생각하며 씩씩하게 지내지만 솔직히 아쉬운 것 천지랍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답답함은 또 어떻구요. 악수하고 포옹하고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아쉬울 줄은 몰랐지요. 하루 30분간의 운동시간을 빼고 계속 좁은 방안에 있다 보면 눈이 나빠지고 침침해지는 느낌입니다. 멀리 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눈은 가까이도 보고 멀리도 보고 해야 건강하다고 하지요. 수시로 하늘을 바라보거나 먼 산의 나무를 감상하실 수 있나요? 행복하신 겁니다. 이곳에서 파는 마른 오징어에 고추장과 양갱을 버무려서 오징어포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제 생애 최초로 직접 만든 마른반찬인데 자못 훌륭합니다.) 수십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밥과 반찬이 아니라, 누군가 여러분을 위해 마련한 밥과 반찬을 드시고 계시다면 얼마나 꿀맛 같으실 지 부럽습니다.


갇혀있다 보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쓰신 신영복 선생님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고이면 썩는 것이 세상 만물의 이치인데, 세상의 변화에 가장 뒤처지기 쉽고 정지하고 고여 버리기 쉬운 곳에서 2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오히려 맑은 글을 써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이면 썩는데, 맑으려면 흘러야 했을 것이고, 막힌 곳에서 흐르자니 얼마나 스스로 치열하고 부지런했겠습니까?


대표적으로 고이고 썩고 무감각해지는 것이 어쩌면 우리 주위 일상 속의 귀한 것들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아닐까 합니다.갑자기 갇히게 되는 구속이 마치 갑자기 익숙함과 이별하는 죽음의 예행연습 같다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만,저만 해도 이번 경험이 아니면 가장 일상적으로 공짜로 즐기던 것들의 소중함을 이처럼 절절이 깨달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농담처럼 "있을 때 잘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항상 가까이 있는 일상의 생활과 주변의 사람들이야말로,막상 없을 때 가장 간절히 원하게 되는 가장 소중한 최고의 선물입니다.그 선물을 귀하게 간수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오늘,이 먼 곳으로 저를 찾아준 이들,마음을 담아 보내온 편지,마치 옆에 있는 것 같은 그리움으로 바라보게 되는 벽에 붙어놓은 사진들이 지금 제겐 최고의 선물입니다. 늦었지만 다시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2008년 12월 25일 저녁 의왕에서

 일평서신9

신년 맞이-흘러간 노래

 

한해를 마감하는 2008년 12월 30일의 국무회의 발언록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나는)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유일하게 상대가 없는 국무위원이었다....그러나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용한 실용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발언입니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저서 <피스메이커>에는 6.15정상회담 당시 의전비서관이던 김하중 장관이 북측을 설득하여,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나란히 연회장 입구에서 참석자들을 맞이한 이례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김장관은 그 후 중국대사로서도 장수했는데, 그가 쓴 중국해설서는 마침 중국유학 중이던 제게도 큰 도움을 준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김대중 노무현 시절 햇볕정책의 최전방 실무를 맡았던 김하중 장관이 바람직했다고 자평하는 대북정책의 결과는 초라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단 한차례의 남북 고위급 회담도, 이산가족 상봉도, 대북식량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김장관은 개성공단 설치 이후 개성공단을 방문조차 하지 않은 첫 통일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김장관의 송년발언을 곰곰이 되씹으며 씁쓸한 상념에 잠겨있는데, 여러 기관장들의 신년메세지가 담긴 신문이 배달되어 우울함을 더해줍니다.


“지난 해 촛불집회는 우리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친북좌익 사회혼란세력을 발본색원해야한다.......검찰이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한다.”

임채진 검찰총장의 발언입니다. 기자는 총장의 발언을 노동쟁의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예고하는 것으로 해설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임총장 또한 지난 정부부터 그 자리를 맡고 있는 분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관료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누군가의 독설을 상기시킬 의도는 없습니다. 대운하 계획을 폭로하여 결국 3개월 정직처분을 받고만 김이태 연구원과 비교하여 소신 있는 공직자의 필요성을 강조할 생각도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뉴딜이 유행이지만 정작 뉴딜의 본질은 새로운 상황, 새로운 문제에 걸 맞는 새로운 발상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여당대표는 "전 국토에 해머소리가 울려 퍼져야한다"고 역설하고, 통일부장관은 남북관계 경색이 적절한 정책대응의 결과라고 합리화하고, 검찰총장은 친북좌익세력의 척결을 다짐하는 한,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그들이 추구하는 뉴딜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구시대적 복고주의이며, 사이비 뉴딜, 아니 백딜(back-deal)일 뿐입니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습니다.


구치소 담장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국회를 바라보며 왜 저리 싸우냐고 물어옵니다. 그러나 권력자들이 흘러간 옛 노래를 고집하는 한, 안타깝게도 올해는 진정한 뉴딜을 향한 고통과 치열한 싸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겠습니다.


2009년 1월 4일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