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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지역/벨라루스

벨라루스의 역사와 정치 현황

CIA Bear 허관(許灌) 2020. 9. 8. 08:28

지난 23일 벨라루스 독립광장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의 반정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어떤 나라?”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끼어 있는, 인구 약 1천만의 비교적 작은 나라입니다. 원래는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소련)’에 속한 15개 동맹국의 하나였는데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  독립했습니다. 

벨라루스는 역사적으로나 민족적으로 구소련 위성 국가들과는 결이 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벨라루스 서쪽에 있는 폴란드나 남쪽의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과는 달리 벨라루스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제대로 국가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민족주의 성향이나 독립 의지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요. 반면 러시아에 대한 유대감은 다른 구소련 국가들보다 훨씬 깊은 편이었습니다. 

“독립 벨라루스 최초의 민주 선거”

벨라루스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후 헌법을 새로 제정하고 1994년, 처음 민주적 방식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결선 투표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후보는 8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압승을 거뒀습니다.

당시 루카셴코 후보의 가장 큰 승리 요인은 부패 척결 공약과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독립으로 불안감을 느낀 벨라루스 국민에게 루카셴코 후보는 러시아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그는 친러시아 정책을 펼치면서 벨라루스어와 함께 러시아어도 국어로 지정했습니다. 또 러시아로부터 가스와 원유도 싸게 들여오는 등 많은 지원을 받았는데요. 그에 힘입어 벨라루스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18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에 취임한 독립 벨라루스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대통령입니다. 

벨라루스의 대통령 임기는 5년인데요.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6년 국민투표를 실시해 임기를 2년 연장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대선에서 재선됐는데요. 이후 헌법을 개정해 3선 금지 규정을 철폐하고, 지난 24년간 장기 집권하며 벨라루스를 통치해왔습니다. 

“폭발한 민심”

지난 8월 9일, 벨라루스에서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6번째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초기 개표 결과, 이번에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80%의 지지를 받으며  승리가 확실시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루카셴코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철권통치에 대한 민심이 폭발했습니다. 선관위의 발표 직후, 수도 민스크를 비롯해 벨라루스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부정 선거라고 항의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위대는 정부가 유력한 야권 후보의 등록을 방해하고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며 반발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20여 년간 철권통치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벨라루스 정부는 경찰 병력을 투입해 수천 명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다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 규모는 점점 확대되고 있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중심가는 시위대 광장이 되고 있습니다. 

야권과 시위대는 현재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루카셴코, 시위대 요구 거부”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위대의 요구를 일축하고, 시위대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시위 진압에 물대포는 물론이고 장갑차 같은 중무장 병력도 동원해 시위 해산에 나서고 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 세계를 겨냥하며, 시위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정부 세력 역시 후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대선에 도전했던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씨는 현재 이웃 나라인 리투아니아로 피신해있는데요. 야권 주요 인사들과 이른바 ‘조정위원회’를 결성하고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요구하고 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강력히 버티고 있어 별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티하놉스카야 씨가 노련한 정치인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항하며 야권의 정치적 구심점이 되기에는 허약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관계”

러시아는 현재 루카셴코 대통령을 굳건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병합하고, 벨라루스가 에너지 수입원을 다른 데로 돌리면서 한때 소원해지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궁지에 몰린 루카셴코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다시 손을 내밀면서 급속히 가까워지는 분위기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 30일, 루카셴코 대통령 생일을 맞아 전화로 각별히 축하 인사를 챙기기도 했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보안 기관 요원 등으로 구성된 예비 경찰병력을 대비시키고, 필요하면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국제사회 대응”

벨라루스의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장기화하고 정정 불안이 계속되면서 국제 사회, 특히 벨라루스 주변국의 우려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이 루카셴코 정권에 강도 높은 제재를 단행하고, 벨라루스 시민사회를 지원할 구체적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유럽에서 EU에 가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1994년 루카셴코 대통령 집권 이래 벨라루스와 EU의 관계는 계속 소원했습니다. 

EU는 지난 8월 말, 부정선거와 시위대 탄압에 연루된 정부 고위 관리 약 20명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고, 현재 최종 명단을 작성 중입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제재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요. 자칫 루카셴코 대통령을 자극해 벨라루스 정국에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벨라루스 주변 국가인  이른바 ‘발트 3국’은 지난 8월 말, 독자적으로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해 벨라루스 정부의 고위 관리 30명에게 비교적 수위가 낮은 입국 금지 조처를 단행했습니다. 

미국도 현재 벨라루스 정부 고위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는 벨라루스의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벨라루스 국민의 열망을 지지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