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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 쾌거...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점점 주목받는 이유
CIA Bear 허관(許灌) 2024. 10. 14. 00:35
K팝, K드라마에 이어 K문학이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면서 한국문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저녁,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작가들은 해외 유명 문학상 수상자 또는 후보에 이름을 올려왔다.
영국 부커상의 경우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데 이어, 정보라의 '저주토끼', 천명관의 '고래',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등이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22년에는 이수지 작가가 한국인 최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서사적 분투
한국문학이 주목받는 이유로는 역사적 굴곡과 극단적인 사회 문제로 인한 소재의 다양성이 꼽힌다.
배리 웰시 동국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지난 12개월 동안 한국에서 출간된 책만 보더라도 주제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라며 “이처럼 독창적인 작가들이 다양한 내용의 소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한국문학이 주목을 받는 이유인 것 같다”라고 했다.
문학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한국은 분단과 냉전, 빈부 격차, 가부장제 등 제3세계가 갖고 있는 모든 삶의 고통을 다 최전선에서 겪은 나라”라며 “그 과정에서 남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오는 고통은 선진국을 비롯한 다른 많은 국가도 겪고 있는데, 한강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고통이 거식증, 불안, 우울증 등의 온갖 신경증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강의 작품은 이런 상처를 극복하는 서사와 언어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모든 나라, 모든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같은 종류의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장 대표는 한국 작가들이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서사적 분투”를 “세련된 언어”로 하고 있다며 순수문학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콘텐츠 분야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폴란드 출신으로 북한에 관심이 있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엔지 와낫은 현재 숭실대학교 국문과 4학년에 재학하며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매니저로도 활동 중이다.
그도 한강을 가장 좋아하는 한국 소설 작가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한강은 소설을 쓰지만, 글을 읽어보면 마치 시나 노랫말 같아요…그리고 한강의 소설을 읽을 때면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것 같기도 하죠. 처음에는 ‘내가 대체 뭘 읽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읽다 보면 모든 게 이해되는 순간이 와요.”
탈중심화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2010년 중반을 전후로 전 세계적으로도 탈중심화하는 흐름이 생겨났다고 봤다. 특히 장르문학, 그중에서도 과학소설(SF) 쪽에서 하오징팡, 류츠신 등 동양계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왔다는 것.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문학 전반의 흐름에서 서구·남성 중심으로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들이 깨져나가는 다양성의 물결의 영향 속에서 한강 작가도 주목을 받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 평론가는 특히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의 핵심인 “식물성”이 “동양이나 여성을 바라보았던 기존 관점을 뒤트는 지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동물성과 대비되며 수동적인 의미를 갖는 기존의 식물성이 아니라, 고요한 저항으로서의 식물성이라는 것이다.
강 평론가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속 식물성의 세계는 수동적인 의미를 갖는, 동물성과 대비되는 기존의 식물성이 아니”라며 “폭력과 고통의 세계를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안에서 고요하고 격렬한 어떤 거부를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번역 문제 개선
과거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걸림돌로 손꼽혔던 ‘번역’ 문제도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한국어가 언어 구조상 다른 언어, 특히 영어로 번역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애초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한국문학번역원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어졌고, 한국 콘텐츠 인기로 인해 자연스레 한국어를 번역하고자 하는 사람도 늘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강 평론가는 “예전에는 국내 주요 국문과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하는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1%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근래 한 10년 정도는 외국인 비율이 30~40%는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음악과 드라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다양한 문화권의 젊은 학생들이 문학에도 관심을 갖고, 심지어 직접 번역을 해보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것.
“한번은 이탈리아 언어권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한 적도 있어요. 한국 문학에 관심이 있고 번역하고 싶어 하는 이탈리아 친구들만 쫙 모아놓은 거예요. 한 나라에서도 그만큼이 모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죠.”
한국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 중인 엔지는 같은 과,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이 40명 정도라고 했다.
엔지는 “매년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 문학 번역서의 퀄리티가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웰시 교수는 “김소라, 안톤 허, 장해니, 데버라 스미스 같은 현세대 번역가들의 경우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고 여러 문화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라며 “그래서 이들은 한국 소설을 영어로 번역할 때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그 미묘한 방식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에 이은 한국 문화의 또 다른 엄청난 성공 스토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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