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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건강에 좋을 수 있는 이유 본문
과거에는 커피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년새 나온 많은 연구들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카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향정신성 약물이다. 인간은 수세기에 걸쳐 카페인의 천연 공급원인 커피를 즐겨왔다. 하지만 ‘카페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학계의 견해가 오랫동안 엇갈리고 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암 역학 교수이자 ‘국제 암 연구 기관(IARC)’에서 일했던 마크 건터는 “과거에는 커피가 나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1980~1990년대에 나온 연구들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나온 연구들은 달랐습니다.”
건터는 지난 10년간 연구 대상이 더 확대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었다고 했다. 이를 통해 학계는 수십 만 명에 달하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는 어떤 결론을 말하고 있을까? 커피는 건강에 유익할까? 아니면 건강을 위협할까?
커피에는 아크릴아마이드가 들어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토스트와 케이크, 감자칩 같은 식품에서 발견되는 발암 물질이다. 하지만 2016년 IARC는 커피를 65℃ 이상으로 뜨겁게 마시지 않는 한, 발암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2023년에 나온 문헌 검토 연구에서도 연구자들은 커피가 우리 몸에 아크릴아마이드를 공급하는 주 원인 중 하나이지만, 아직 커피가 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강력하고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면 생기는 잠재적 건강 혜택
상황의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커피에 건강을 지켜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는 커피를 마시는 것과 특정 암 발생 위험 감소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건터는 ‘유럽인 50만 명의 커피 마시는 습관을 16년 동안 조사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심장병과 뇌졸중,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낮았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나온 연구 및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
건터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를 4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사실이 여러 관찰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또 다른 커피의 잠재적 건강 혜택이 있을지도 모른다. 건터의 연구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담배를 피우거나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더 컸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심장병 및 암 발병 가능성이 더 낮다면, 커피는 생각보다 더 강력한 건강 효과(건강에 해로운 행동의 영향을 상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디카페인 커피와 카페인 커피의 효과 차이가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디카페인 커피에도 일반 커피와 비슷한 양의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다. 건터도 자신의 연구에서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마신 사람과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사람의 건강상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커피와 관련된 건강상의 이점은 카페인이 아닌 다른 요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이유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인구 기반 분석을 통한 것이라, 인과 관계를 확인시켜주지는 못한다.
브리스톨대학에서 카페인의 영향을 연구하는 피터 로저스는 앞선 연구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본 건강 상태가 더 좋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본 건강 상태가 좋으면, 건터의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건강에 해로운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더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어떤 사람들은 (커피에) 보호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이는 인구 기반 분석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혈압이 높은 경우가 많아,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로저스는 커피를 마셔서 생기는 혈압 상승이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커피의 이점이나 위험성을 보다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임상 연구는 드물다. 다만 한 연구팀이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마시는 것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바 있다.
영국 바스대학 ‘영양 운동 및 신진대사 센터’가 진행한 이 소규모 연구에서 연구팀은 잠을 충분히 못 잔 사람이 커피를 마셨을 때 신체가 아침 식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폈다. 그랬더니 커피를 마신 후 아침 식사로 단 음료를 마셨을 때의 혈당 수치가 아침 식사 전에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50% 더 커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일정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나야만 실제로 위험도가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실험실 환경에서 진행된 연구는 그 결과가 실생활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인구 기반 연구나 실험실 연구 모두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확실한 답을 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커피를 마시면 유산 위험도 커질 수 있을까?
임신 중 카페인 커피 섭취를 둘러싼 세간의 조언은 특히 혼란스럽다. 2022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임신 전 및 임신 중 커피 섭취와 유산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것은 인구 기반 연구였다. 때문에 이 연구의 연구자들은 커피 섭취와 유산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흡연은 유산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흡연 역시 카페인 섭취와 연관을 갖는다는 것이다.
‘EF 마이어스 컨설팅’ CEO인 에스더 마이어스는 이와 관련해 380건의 학계 연구를 검토했다. 그는 성인의 경우 하루 4잔 임산부는 3잔의 커피를 마셔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식품기준청은 임산부와 모유 수유 중인 여성에게는 하루에 커피를 1~2잔 이상 마시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전 연구들을 검토한 또 다른 연구는 유산과 저체중아 출산, 사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임산부는 커피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이지만 임신 관련 권장 사항들을 탐구한 책 ‘더 나은 기대’를 저술한 에밀리 오스터도 커피와 관련된 세간의 지침이 일관성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은 카페인 섭취가 특히 임신 초기 3개월 내에 발생하는 유산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한 무작위 데이터가 많지 않으며, 관찰 데이터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임신 중에 커피를 마시는 여성은 나이가 좀 더 많거나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높다"며 "나이와 흡연이 유산의 증가와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하는 여성은 유산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또 다른 이슈입니다. 입덧을 하면 커피를 기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는 여성이 커피를 마시지 않아 유산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오스터는 하루 2~4잔 정도의 커피는 유산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페인 중독은?
커피는 우리의 심장 건강과 암, 유산 등에 잠재적 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도 두뇌와 신경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카페인이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는 향정신성 약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중에는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하루 종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반면 커피를 한 잔만 마셔도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의 차이가 카페인 대사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어스는 “우리는 왜 어떤 사람은 카페인을 마셔도 괜찮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집중력 향상을 위해 커피를 자주 마시는 이들에게 슬픈 소식이 하나 있다.
로저스는 “우리 몸이 매일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카페인에 신체가 적응하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에 내성이 생겨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지속적으로 늘지는 않습니다. 다만 커피를 계속 마시는 한 일정 부분은 지속될 것입니다.”
그는 카페인 효과를 잘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카페인을 자주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많은 이들이 “커피에 중독됐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하지만 로저스는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중독된 것이 아니라 의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페인은 중독 위험이 낮다”며 “누군가로부터 카페인을 박탈하면,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카페인이 없어서 안절부절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독은 특정 약물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사용자의 인지 능력은 손상되었지만 해당 약물을 얻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것은 의존이다. 커피는 이 차이를 잘 보여준다.
다만 그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금단 증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에 커피를 몇 잔씩 마시는 사람은 카페인에 의존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이 커피를 끊으면, 피로감을 느끼거나 두통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금단 증상은 그동안 커피를 얼마나 마셨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지속된다. 로저스는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카페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커피의 종류도 영향을 미칠까?
원두를 갈아 커피를 추출하든 인스턴트 커피를 타든, 추출 방식이 건강 혜택을 좌우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건터의 연구에서도 여러 종류의 커피가 건강상의 이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터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사람들이 작은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북유럽에서는 더 양이 많은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를 더 많이 마셨다"고 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조사했지만, 결과는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커피의 종류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뜻이죠."
하지만 2018년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커피와 수명 사이의 연관 관계는 인스턴트 커피나 디카페인 커피보다 원두 커피가 더 강했다. 하지만 이 연구 역시 어떤 커피를 마시든, 커피를 마시는 것은 전혀 마시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는 이 차이를 인스턴트 커피에는 항염증 성분으로 알려진 폴리페놀을 포함한 생리 활성 화합물의 양이 적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인구 집단에 기반한 2021년의 한 연구에서도 디카페인과 인스턴트, 분쇄 커피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커피가 만성 간 질환의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커피가 모두 심혈관 질환 및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있지만,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것은 디카페인 커피를 하루 2~3잔 마시는 경우라고 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터에서 각성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건터는 하루에 4잔 이하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심장병과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최근에 나온 연구의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무엇이든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커피와 관련해서는 하루에 여러 잔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강력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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