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한 날 저녁, 김문수는 대구 달성 노포 찾았다
24일 저녁 9시, 어스름이 내려앉은 대구 달성군 현풍읍 시장 골목. 노란 조명 아래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 곰탕' 간판이 은은히 빛났다. 골목 입구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김문수 후보 곧 온대." 누군가 속삭이듯 말했다. 분주하던 노포 앞이 조용히 숨을 죽였다.
곧이어 검정색 승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도착했다. 차문이 열리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 차림. 두 손을 공손히 모은 그는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 사이를 조용히 걸었다. 누구는 손을 내밀었고, 누구는 "문수 형님, 잘 오셨습니다" 하고 웃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오래된 영화처럼 느릿하게 흘렀다.
김 후보는 1시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무는 달성 사저를 예방했다. 그리고 곧장 이 곰탕집으로 향한 것이다. 말보다 눈빛, 악수보다 온기가 더 중요해 보였다. 정치인이 밥을 먹는다는 것. TK에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뜨끈한 곰탕 냄새가 얼굴을 감쌌다. 노포 특유의 빛바랜 나무 의자에 앉은 김 후보는 말없이 곰탕 그릇을 마주했다. 국물 한 숟갈, 밥 한술. 조용한 저녁이 시작됐다.
곰탕은 하루아침에 끓는 음식이 아니다. 한우 소양과 우족, 소꼬리를 다섯 번 이상 고아낸 국물은 맑고 깊었다. 잡내는 없고, 맛은 담백했다. 쌀뜨물과 참기름으로 끓이는 방식, 육수 위로 떠오르는 고소한 기름막. 이 집 곰탕은 TK의 오래된 시간과도 같았다. 정직하게, 천천히, 깊게.
김 후보는 식사 도중 말을 아꼈다. 대신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맞췄다.
식사를 마친 김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숙여 인사했다. 가게를 나서자 밖에는 여전히 수많은 시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악수 요청이 쏟아졌고, 김 후보는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맞잡았다. 그 손에는 곰탕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냄새도, 온도도, 말 없는 메시지도.
정치인의 하루는 수많은 스케줄로 빼곡하지만, 이날 김문수 후보의 저녁은 단 하나였다. 곰탕 한 그릇. TK 한복판에서 그는 그릇을 말보다 앞세웠다. 선언 대신 식사로, 주장 대신 체온으로. 그날 저녁, 현풍 골목은 따뜻했다. 곰탕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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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9시 어스름이 내려앉은 대구 달성군 현풍읍 시장 골목 노란 조명 아래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 곰탕 간판이 은은히 빛났다 골목 입구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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