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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에게도 손짓' 독일 유력 총리 후보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누구인가?

CIA Bear 허관(許灌) 2025. 2. 27. 05:48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보수 정당 연합의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독일의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DU가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약 28%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 메르츠 대표가 어느 당과 연정을 구성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지자들로부터 유럽이 직면한 신뢰 위기의 해결사로 불리는 메르츠(69) 대표는 사실 CDU 내의 새로운 인물은 아니다.

정치적으로도 그는 한 번도 자극적인 인물은 아니었으나, 최근 독일 국민들에게 더 강한 리더십 및 4년 안에 국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23일 저녁 선거 결과 윤곽이 잡혀가는 가운데 메르츠 대표는 미국이 유럽의 운명에 무관심해 보인다고 주장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하며, 유럽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에는 의회에서 극우파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민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폭발적인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주요 금기도 깨고 도박할 수 있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아울러 과거 CDU 내 라이벌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중도주의적 시절과는 또 한 번 분명히 결별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이민법 개정에는 실패했으나, 메르츠 대표는 지난해 말 올라프 숄츠 총리의 연정이 무너지며 치러진 선거전에 번개처럼 뛰어들었다.

라이벌인 메르켈이 총리가 되며 밀려난 메르츠 대표는 한 때 부자 기업 변호사로 활동하며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한 한물간 인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토록 오랫동안 탐냈던 총리직을 다시 움켜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츠 대표는 판사인 샬롯과 40년 넘게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의 조기 총선을 한 달 앞둔 지난 1월 23일, 베를린의 5성급 호텔 '호텔 드 로마'에는 메르츠 총리의 외교 정책 연설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곳 호텔의 '연회장' 내 열기가 그리 뜨거웠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의 정치 경력이 끝난 것처럼 보였던 20년 전과는 분명 달랐다.

메르츠는 대표는 조종사 면허 소지자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에는 동료 정치인 크리스티안 린트너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전용기로 독일 북부 실트 섬으로 향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가 호텔 드 로마의 무대에 오르자,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앞서고 있는 CDU의 이 지도자에게 청중은 정중한 박수를 보냈다.

키가 크고 날씬하며,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메르츠 대표는 차분하고 평범한, 비즈니스맨 같은 모습으로 권력을 향한 준비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여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메르츠는 대표는 조종사 면허 소지자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전용기를 몰고 동료 정치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메르츠는 1955년 서독 브릴론의 유명한 보수파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오늘날까지 지역 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메르츠의 부인인 샬롯 여사 또한 지역 판사다.

메르츠는 청년 시절 학교 재학 중 CDU에 처음 가입하게 된다.

25년 전 독일 현지 '타게스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은 평범해보이는 이력서보다 훨씬 더 거칠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고, 과자 가판대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교실 뒤편에서 카드 게임을 즐기곤 했다는 설명이다.

타게스슈피겔지에 따르면 그가 언급한 이 10대 파티는 결국 몇몇 학생들이 학교 수족관에서 집단으로 소변을 보며 끝이 났다고 한다.

10대 시절 메르츠가 과연 선동적인 인물이었는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과거 그와 같은 반이었던 이는 어린 메르츠가 보인 방해 행동은 그저 "마지막 한 마디"를 하려고 했던 것에 불과했다고 기억했다.

공식 혹은 비공식 석상에서든 그를 아는 사람들은 내게 그는 맥주를 좋아하고 실제로도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으나, 이를 증명하는 일화를 말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졸업 후 육군에 입대해 복무한 메르츠는 법학 공부를 시작했으며, 1981년에는 마찬가지로 법학도였던 샬롯 개스와 결혼했다. 부부는 세 자녀를 두었다.

그리고 몇 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던 메르츠는 언제나 정치에 관심이 있었고, 1989년 33세의 나이에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독일 사회민주당(SPD) 소속으로, 메르츠 대표와 같은 시기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다그마르 로스 베흐렌트는 "우리 둘 다 꽤 어렸고, 매우 때 묻지 않은 풋풋한 신인이었다"고 회상했다.

베흐렌트 전 의원은 젊은 메르츠는 진지하고, 신뢰할 만했으며, 정직하고, 예의 발랐다고 기억했다.

심지어 당시에는 유머러스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멍이 졌고, 그게 그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면서 현재는 그러한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과연 그가 잠재적 총리 후보로 거론된 적 있을까.

"아마 당시에는 말도 안 된다고, 농담하는 거냐고 반응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야망이 크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메르츠는 곧 유럽의회에서 1994년 독일 국회의 연방의회로 옮겨가게 된다.

독일 연방의회의 젊은 의원이었던 메르츠(왼쪽)가 헬무트 콜 전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그는 CDU 내 더 우파적이고 전통주의적인 진영의 인재로 손꼽히며 당내에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를 30년 넘게 알고 지낸 클라우스-피터 빌슈 연방하원의원은 "그는 뛰어난 연설가이자 심오한 사상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츠가 당 대표직에 3번이나 도전했다는 점에서 그의 "투사" 같은 면모가 잘 드러난다고 했다.

실제로 메르츠 대표는 각각 2018년, 2021년 1월 당대표로 선출되는 데 실패했는데, 이는 그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야망이 처음 좌절된 시기는 당내 권력 투쟁에서 앙겔라 메르켈에게 패한 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공산주의 동독 출신으로 절제된 성격의 양자화학자인 메르켈과 서독 출신의 자신감 넘치는 변호사인 메르츠는 결코 잘 어울릴 수 없었다.

경쟁자였던 메르켈이 CDU의 대표가 된 지 몇 년 후인 2009년, 결국 메르츠는 정계를 떠나게 된다

메르츠는 CDU 웹사이트에 올린 짧은 자서전적 게시물에서 이 씁쓸한 경험을 설명하며 2009년 자신은 "성찰의 시간을 확보하고자" 의회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 성찰의 시간 동안 금융과 기업법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여러 글로벌 기업의 이사직을 맡고, 백만장자로도 올라섰다.

그가 다시 정계로 복귀하는 데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메르켈의 중도주의적 CDU 보수주의를 무너뜨리고자 했다.

메르츠는 2018년 메르켈로부터 CDU 당 대표직을 이어받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러한 정치적 결별 의도는 올해 1월 말 더 두드러졌다. 메르츠 대표가 더 강력한 이민 규제를 위한 구속력 없는 발의를 추진하면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의 표에 의존한 것이다.

메르츠 대표는 AfD와 직접적인 협력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로 인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메르켈 전 총리마저 직접 나서 2차례 비난했다. 16년 동안 집권한 메르켈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개입한 드문 사례였다.

용서할 수 없는 선거 꼼수라며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지지자들은 메르츠 대표가 극우 성향으로부터 사람들을 영리하게 꾀어내려고 했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극우 정당인 AfD의 붉은 화살표 로고 위에 앉아 있는 메르츠 모형을 들고 있다

한편 메르츠 대표는 1990년대에 부부 사이의 강간을 범죄화하는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 온건파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뻔했던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자신은 부부 사이의 강간은 이미 범죄라고 생각했으며,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그는 특히 청년층과 여성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낮다. 그러나 빌슈 의원은 독일 언론이 묘사하는 메르츠 대표의 이미지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빌슈 의원은 "내 선거구에서 그를 여러 번 만나본 적 있다"면서 "이후 여성들이 오더니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내 샬롯 메르츠도 '웨스트팔렌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내 남편의 여성관에 대한 글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남편을 옹호했다.

샬롯에 따르면 언제나 두 사람은 서로를 지지하며 결혼 생활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저희는 서로의 커리어를 챙겨주고, 일과 양립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육아를 분담했습니다."

한편 어떤 비판을 받고 있든, 한 EU 외교관은 유럽은 "그가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독일의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 엔진을 가동해야 할 때입니다."

'극우에게도 손짓' 독일 유력 총리 후보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누구인가? - BBC News 코리아

 

'극우에게도 손짓' 독일 유력 총리 후보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누구인가? - BBC News 코리아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보수 정당 연합의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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