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한국행 가능"... 현실화될까?
북-러 군사 밀착으로 러시아 전쟁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으로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에 대해 한국 송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
안드리 체르냐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현지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의 국가정보원, 특수부대와 탄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따라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포로에 대한 한국 송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리모 씨는 지난 19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민 신청을 해서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다고 말했다. 리씨는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 중 1명이다.
한국 정부 입장은?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요청할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과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며, 포로 송환 관련 개인의 자유의사 존중이 국제법과 관행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박해받을 위협이 있는 곳으로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쟁포로의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이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지체 없이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인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개적으로 한국행을 원한다고 밝힌 그가 북으로 돌아가면 심각한 인권침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지만, 관련 협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리씨의 망명 의사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는 했지만 직접 그의 진의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군 병사가 귀순 의사를 밝히면 우크라이나 쪽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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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는 누구?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 포로 리씨는 자신을 "정찰총국 소속 병사"라고 밝혔다.
특히 "무인기 조종사가 몽땅 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북한 보위부 요원 말에 속아 한국군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다고 말했다.
약 500명 규모의 대대마다 보위부 요원이 1∼2명씩 배치돼 북한군의 사상을 통제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작년 10월 초 북한을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12월 중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쿠르스크로 이송됐다고 했다. 러시아에 오기 3개월 전부터 집과 연락할 수 없어 부모님도 파병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리씨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에 왔느냐'는 질문에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며 쿠르스크에 도착한 뒤에야 전투 참여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 달 5일부터 전장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턱과 팔을 심하게 다친 리씨는 무인기와 포 사격으로 파병 온 부대 전우가 거의 다 희생됐다고 밝혔다. 그는 "무인기가 공격해와서 날 구해준 사람 한 명 두 명 죽고, 그러면서 나 하나 살아남았다'며 "다섯명이 있던 상태에서 다섯 명 다 희생됐다"고 했다.
자폭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인민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이나 같다"며 자신도 수류탄이 있었으면 자폭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리씨는 "포로가 된 게 우리나라(북한) 정부에 알려지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양에 있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북으로 돌아가더라도 여러 가지 고난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버지 쪽 친척들을 놓고 보면 몽땅 다 과학자 집안"이라며 제대 후 대학에 다니려고 했고, 수없는 죽을 고비를 넘겨온 만큼 이 꿈을 이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한국행 가능"... 현실화 될까? - BBC News 코리아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와 관련해 이들의 한국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들에 대한 한국 송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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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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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9일 생포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두 명을 본지가 우크라이나의 한 포로수용소에서 최근 만났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의 세계 첫 언론 인터뷰다. 각각 북한군에서 10년·4년 복무하다 지난해 10~11월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병된 정찰·저격수 리모(26)씨와 소총수 백모(21)씨는 수용 시설에서도 깊숙한 곳에 있는 독방에서 각각 지내고 있었다. 파병 북한군은 모두 폭풍군단 소속으로 알려졌으나, 두 사람은 인터뷰에서 모두 “정찰총국 소속 병사”라고 밝혔다.
리씨와 백씨는 인터뷰에서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쿠르스크의 북한군을 감시·통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한국군이 무인기로 북한군을 공격하고 있다”는 거짓말로 적개심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리씨는 “(보위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드론) 조종사가 몽땅 다 대한민국 군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외아들이다. 리씨는 평양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10일 ‘훈련받으러 유학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했다. 백씨는 “입대하던 해에 아버지가 병사해 홀어머니(50)만 남았다”고 했다. 아직 20대 초·중반인 두 사람은 “제대하면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리씨는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고도 했다.
북한군 포로 인터뷰는 복잡한 협의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두 청년의 손을 잡아보니 20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거칠고 두꺼웠다. 오랜 노동과 가혹한 훈련으로 파인 상처와 나무껍질 같은 굳은살이 양 손바닥에 와닿았다. “건강한 모습으로 꼭 다시 만나자”는 작별 인사에 두 사람은 포옹으로 응답했다. 두 사람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싣는다. 1회는 저격수 리씨다.
※편집자주 본지는 이번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인터뷰 보도 과정에서 포로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일부 정보 역시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는 전쟁 포로에 관한 국제법 규정 등에 따라 포로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조치입니다. 그러나 사진·동영상은 이미 우크라이나 정부가 두 사람 얼굴을 여러 차례 드러냈고 한 달 이상 세계적으로 퍼져 모자이크 등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 편집 회의를 거쳐 모자이크 없는 사진과 동영상을 쓰기로 결정하였음을 알립니다.
◇“군복무 10년간 부모님 한 번 못 봐… 병사 대부분 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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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6세 저격수 리씨
러시아·우크라이나가 교전을 벌이는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지난해 말 파병됐다 부상당해 포로로 잡힌 북한군 병사 리○○(26)씨는 지난달 9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될 당시 오른쪽 팔과 턱에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처음 세상에 그의 존재를 알린 동영상에서도 그는 턱을 꽁꽁 싸맨 채 말을 하지 못하고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에 우크라이나 모처의 수용소 독방에서 만난 그는 어느새 많이 회복돼 있었다. 턱의 압박 붕대를 풀었고 어눌하게나마 말할 수 있었다. 턱엔 총상으로 입은 큰 상처가 아무는 모습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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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방엔 작은 중국산(産) TV가 있었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자 그는 리모컨을 들어 TV 소리를 줄였다. 그는 “기자라고 하셨죠?” 하며 이야기 중간중간 궁금한 것을 묻기도 했다. 리씨는 북한의 특권층이 모여 사는 평양 출신인데도 환경이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전쟁터까지 나와 숱한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눈물을 삼켰다.
-부모님은 모두 평양에 있나요.
“(끄덕끄덕)”
-형제들도 있을 것이고.
“나 하납니다.”
-부모님은 ○○씨 여기 있는 것 모르시죠.
“네. 모릅니다. 나오기 석 달 전부터 집하고 일절 연계(연락)를 못 가졌습니다.”
-러시아로는 언제 출발했나요.
“우리가 출발해서 간 게 10월 10일. 원래 자강도 (홍수) 피해 복구 지원을 나갔다가 한 달 만에 철수해서…. 훈련장에 가 가지고 훈련을 하다가, 10월 초에 떠나 러시아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쿠르스크에는 언제 도착했나요.
“12월 중순일 겁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하다 이송해서 이리로 왔습니다.”
-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솔직히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환자입니다. 중환자입니다.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고, 어머니는 소화조차 잘 시키지 못합니다. 아마도 내가 잡힌 게, 내가 포로가 된 게 우리나라 정부에 알려지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양에 있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이미 그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신원을 확보했다고 추정된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본지도 그의 발언을 그대로 싣는다.)
-본래 소속 부대는 어디인가요.
“정찰총국.”
-사병으로 복무했습니까.
“예, 제대할 나이입니다. 2015년에 입대했습니다.”
-정찰·저격병 등으로 복무했다고 들었는데.
“예.”
-무슨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에 왔나요.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 전투에 참가한다고 처음 알았습니까.
“쿠르스크 지역에 우리가 와 가지고, 대기 구역이라는 데 있었는데 거기서 알려줬습니다.”
-쿠르스크까지 어떻게 왔나요.
“기차 타고, 비행기도 타고, 버스도 타고.”
-몇 명이 같이 왔죠?
“2500명가량이 왔습니다.”
-지금 북한에선 우리 동포 청년들이 여기 와서 전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비밀이지요.”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요.
“대외적 조건(대외 관계의 입장)이 훼손될 가능성 그런 거.”
-러시아군하고는 어려움 없었습니까.
“우리는 아랫단에서는 별로 말하지 않고, 윗단에서 모두 조직해 가지고. 탄약 문제라든가 피복 물자 그런 거는 모두 윗단에서 다 체결해 가지고 다 공급하게끔 그렇게 해놓고 사병들이랑 러시아(군인)하고는 별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통은 어떻게 했나요.
“스마트폰 번역기로 했습니다.”
-평양에 있을 때 스마트폰을 써봤나요.
“스마트폰 번역 기능은 여기 와서 처음 써봤습니다. 그 전에는 외국인을 상대 안 했으니까.”
-파병된 부대(폭풍군단)는 충성심 높은 부대입니까.
“전투력이 높으니까. 공사, 전투 임무 수행 등 앞장선다는…. 삼지연 건설 아나?”
-그게 뭡니까.
“삼지연시(김정은이 전략적으로 재개발한 관광도시)를 건설하는 공사입니다. (우리 부대가) 12월에 출발해 공사를 하는데, 눈과 추위가 심했습니다. 2019년도에. 가니까 인가 한 채 없는 산중에 들어가서 눈이 가슴까지 빠지는데 들어갔단 말입니다. 거기서 병영을 건설해야 하는데, 곡괭이로 종일 요만한 돌망구(돌멩이) 하나, 땅덩어리에서 돌멩이 하나 캐놓으면 손이(얼어 붙는다는 듯한 동작). 엄혹한 날씨란 말입니다. 날씨가 너무 차서 오줌을 싸면 그 즉시 얼어가지고 떨어진단 말입니다.”
-쿠르스크와 비교하면 어디가 더 춥습니까.
“거기가 더 춥습니다. 여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기 있으면서 식사는 어떻습니까.
“아직 내가 턱이 낫지도 않고 해서 딱딱한 음식을 못 먹습니다. 죽 같은 거… 아니면 라면을 먹고픈데 라면을 못 먹습니다.”
-턱과 팔 부상은 왜 입었습니까.
“1월 5일부터 전투에 참가했습니다. 먼저 앞장선 단위(부대)들이 모두 희생됐습니다. 무인기(드론)하고, 포 사격 때문에 많이 희생됐습니다. 러시아에서 (방어용) 포 사격을 제대로 안 해줘서 우리가 무모한 희생을 많이 했습니다. 포 사격을 쏴준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군) 후측 방향으로만 쏴 줘서, 우리가 무모하게 희생됐습니다.”
그날 몇 명이 나갔습니까.
“배후 타격 조로 해가지고 세 명이…. 방풍림 시작과 끝머리에서 나머지 중대가 공격을 시작한단 말입니다. 우리는 그 가운데 뛰어들어 가지고 그 가운데서 배후 교란을 하면서 타격을 시작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런데 거기 들어갔다가 매복에 걸려가지고…. 매복에 안 걸릴 수도 있었는데, 무인기 때문에 걸렸단 말입니다.”
-훈련할 때 드론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았습니까?
“배웠습니다. 드론에 대한 전투 형식이라든가 이런 건 따로 구성된 건 없습니다. 우리가 훈련할 때는 ‘빠른 놈만이 산다’ 이런 식으로 훈련을 했으니까. 나타나면 뛰거나 은폐지에 숨거나, 맞바닥(땅바닥)에서 총으로 쏘고 그런 훈련만 했지 무인기를 직접 떨구는 훈련을 못 했습니다.”
-그럼 희생을 치르면서 조금씩 드론에 대해 알았겠군요.
“예.”
-드론에 발견된 후 어떻게 됐나요.
“우리 조가 세 명인데, 조장하고 내 밑은 벌써 총에 맞아서 쓰러진 상태고 나 혼자 남았단 말입니다. 그래서 나도 필사적으로 맞바닥에서 총을 쏘면서 유리한 지형에 은폐하려고 가는 도중에 총에 맞았단 말입니다.”
-어디에 맞았습니까.
“총알이 팔을 뚫고 뼈를 꺾어 통과해 가지고, 턱을 깠단 말입니다. 턱이 다 부서져 나갔단 말입니다. 그다음에 의식이 없어서…. 아무래도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의식이 없어서 쓰러졌단 말입니다. 눈을 떠보니 밤이더란 말입니다. 맞은 건 새벽에 맞았는데. 그담에 일어나려고 하니까네, 머리를 잡아 돌리듯 드니 빈혈이 막 어지럼증이…. 거기 한참 앉아서 있다가, 내가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자고 가던 상태에서 우리(북한) 군인들을 만났단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중대가 아니고, 우리 대대의 다른 중대란 말입니다. 그 사람들이 이렇게 (턱과 팔을) 붕대랑 다 싸매주고 그랬단 말입니다.”
-그렇게 응급 조치를 해줬으면 왜 같이 복귀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가려고 보니까…. ‘마귀 무인기’라고 압니까?”
◇“중대 동기들 다 죽고 나만 생존… 수류탄 있었으면 자폭했을지도”
-그게 뭔가요.
“아주 큰 무인기인데 폭탄을 달고 다니는…. 열 영상 감지기를 달아서 밤마다 폭탄을 떨구고 다니는 무인기란 말입니다. 그게 공중에서 계속 돌고 무인기가 열 영상 감지기로 서치(수색)를 해가지고 수류탄을 떨구고 해서 (거기서) 가지를 못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일단) 우리가 장악한 지역에 가서 거기서 은폐를 했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새벽 3시쯤 우크라이나군이 장갑차를 타고, 장갑차에서 기관총을 쏘며 우리 장악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보내서 작전을 벌이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거기 은폐지에 있다가는 다들 결딴 날 상황에 있었으니까 ‘이젠 뜨자’ 하고 거기서 철수해서 가는 도중에 또 무인기가 공격해 와서 날 구해준 사람 한 명 두 명 죽고, 그러면서 나 하나 살아남았단 말입니다.”
-몇 명이 있다가 혼자 살아남은 거죠.
“나 말고 다섯 명이 있던 상태에서 다섯 명이 몽땅 다 희생됐습니다.”
-그다음엔 어떻게 된 건가요.
“캄캄한 밤이 되었는데 지형을 내가 잘 모르니까 고저(그저) 감각적으로 ‘저 능선만 넘으면 우리 구역이겠다’ 싶어서 갔는데, 아니더란 말입니다.”
-방향이 틀렸군요.
“방향이 틀려서… 그담에 다시 길을 찾아가지고, 다시 가야 한다고 오르는 상태에서 내가 포로가 됐단 말입니다. 그때 당시에는 내가 팔도 못 쓰고 방탄복에 수류탄이고 칼이고 무장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부상을 당했으니까 무거운 거를 못 들고 다니니까는…. 그래서 그런 상태에서 반항을 해도 내가 잡히는 건 분명하고. 혹시 수류탄이라도 있었으면 내가 자폭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자폭하라고 지시를 받았나요.
“우리 인민 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이나 같습니다.”(잡히면 자폭하라고 지시를 받았다는 뜻)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생각이 많습니다.”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날 테고.
“부모님이 못 견디게 보고 싶습니다. (한참 생각) 황해남도 신천이 내 복무 장소입니다. 평양하고 거리가 가깝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내 군사 복무하는 동안 한 번도 집에 못 가봤습니다.”
-10년 동안 한 번도 못 갔습니까.
“예. 부모하고 전화상으로는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부모님은 한 번도 못 만났습니다.”
-지금 북으로 돌아가면 또 여러 가지 고난이 있을 텐데.
“당연하지요.”
-미래에 대해서 좀 정해진 게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80%는 결심을 했습니다.”
-어떻게 결심했습니까.
“(한참 고민하다) 기자라고 하셨죠? (또 한참 생각하다) 우선은 난민 신청을 해가지고 (잠시 생각하다) 대한민국에 갈 생각입니다. 내가 난민 신청을 하면 받아줄까요?”(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가능할지는 한국 정부에 달렸다”고 했다.)
-쿠르스크에 있는 전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선 지금 전투 상황이 궁금합니다. 쿠르스크는 지금 다 해방됐나요.”(우크라이나군을 몰아냈냐는 뜻)
-아닙니다. 해방 못 했습니다.
“(한숨).”
-혹시 (북한군이) 쿠르스크 말고 다른 곳에 투입될 가능성은?
“쿠르스크를 해방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쿠르스크 그 지역에 그게 있지 않습니까. 우라늄·핵이 있지 않습니까.”
-핵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파병 북한군이) 그거를 지켜야 하는 건가요.
“예.”
-그게 지금 쿠르스크에서 작전을 펼치면서 아주 중요한 사항이군요.
“(끄덕끄덕)”
-같이 파병 온 부대 전우 중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까.
“거의 다 희생됐습니다. 나하고 같이 군대에 나온 사람들은 다 희생됐습니다. 우리 중대에는 내 동기가 다 희생되고 하나도 없습니다.”
-한 중대 인원이 어느 정도인가요.
“한 63~65명 되는데… 우리 기(기수)만 여덟 명인가 되는데. 다 희생되고 없습니다. 나 혼자만 남았습니다. 살아생전 나도 처음 전투해 본 것이었습니다. 가서 동료 시체를 보니까 생각이 많더라고요. (포로로 잡힐까 봐) 자폭했는데 머리통이 없고 상반신이 없다…. 엄동설한에 이렇게 눈 내리는데 누워 있는데 그 피 냄새가 아직도….”
-동료들 시신은 어떻게 하도록 지시를 받았습니까.
“전투가 끝나면 그 시신을 찾아서 가져간다고 했는데….”
-실제로 수습하는 건 못 봤나요.
“(끄덕끄덕).”
-(시신을 거둬도) 신원 알기가 힘들 것 같은데.
“(한숨) 아후…. 그 부모들은 어카겠습니까. (북한에선) 자식이 하나 아니면 둘을 낳는데 거의 다 외아들이란 말입니다. (한숨) 내가 중대에서 전투에 가장 마지막에 참가했단 말입니다. 선행한 소대들이 다 동원되어서 희생자가 많이 나고, 병원으로 실려가고 그랬으니까니. 그때까지 우리는 전투하는 중대들 도와가면서 부상자 나르고, 물자 해주고 그러다가 인원이 없어서 우리가 동원되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망자가 많이 날 줄이야…. 그래 가지고 마지막에 전투에 참가해 보니 정말 치열하고…. 내가 (사람) 죽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직접 내 옆에서 총에 맞거나, 수류탄 터져가지고 죽는 거 처음 봤습니다. 나하고 같이 말하고 했던 사람들이 아무 말이 없더군요.”
-아까 마귀 드론이라고 했죠, 귀신 같아서. 정찰 드론을 말했는데, 또 어떤 드론이 있나요.
“자폭 드론. 무인기에 대해서 방심했지요. 무인기가 제일…. 무인기 때문에 많은 희생이 났지요.”
-부대 내에 보위부(북한 정보기관)에서 온 사람들이 있나요.
“대대(약 500명)마다 한두 명씩 나와 있습니다.”
-이분들 평소에 사상적·규율적으로 많이 통제를 하시고?
“근무적으로 통제도 하고, 사상적으로 통제도 하고. (보위부 사람들이) 내가 전투하기 이전에 하는 말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 조종사들 말입니다, 그 무인기 조종사들이 몽땅 다 대한민국 군인이라고 그러더라고요.”
-다들 그렇게 믿고 전투했나요?
“(끄덕끄덕).”
-전투를 하면서 우크라이나군도 있지만, 대한민국 군인들하고 싸운다고 생각을 하겠네요.
“(끄덕끄덕).”
-혹시 그래서 더 악착같이 싸워야 한다고 하는 건가요.
“우리는 실전 경험은 처음입니다. 아마도 싸움하는 게 수월치 않을 겁니다. 훈련 시작할 때부터 좀 뭐라고 해야 하나, 육체적으로보다도 사상적으로 악질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산악 행군이고, 체력 단련 훈련이고, 사격 훈련이고, 순전히 악으로…. 거기서 떨어지면 수치로 생각해서 필사적으로 훈련했으니 힘들 겁니다.”
-북에 있을 때 한국에 대해 얘기 많이 들어봤습니까.
“얘긴 많이 못 들어봤습니다.”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들은 적 있지요.
“음악은 좀 들어봤는데, 드라마는 못 봤습니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잘못 보면 잡혀가니까.”
-본래 하고 싶은 일이 뭐였나요. 편하게 얘기해 보십시오.
“(제대 후) 공부를 해가지고, 대학을 다니려고 했습니다. 원래 우리 아버지 쪽 친척들을 놓고 보면 몽땅 다 과학자 집안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내가 집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집이 너무 한심해서 고생도 많이 하고, 경제적으로 타격을 너무 많이 받아서 돈 고생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또 군대 나와 가지고 정신 육체적으로 매우 타격을 커다랗게 받을 만큼 그러한 일도 많았고, 인간으로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그런 악조건 다 체험해 본 것 같습니다. 죽을 고비도 수많이 당해 보고…. 이제 진짜 죽을 고비를 넘어서 이렇게 포로가 됐구나. (한숨) 나도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 꿈을 이뤄보고 싶습니다. 내 꿈을 꽃피워 보고 싶단 말입니다. (한숨) 나는 아직 나이가 젊거든요.”
◇北 병사를 읽는 4개 키워드
삼지연시 건설 : 북한 김정은이 2018~2021년 백두산 인근 량강도 삼지연시에서 벌인 대규모 건설 사업. ‘김일성·김정일의 도시’이자 혁명의 도시로 불리던 삼지연을 ‘김정은의 도시’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고층 호텔 등을 세워 국제적 관광지로 재개발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폭풍군단 : 북한 특수작전군 예하의 정예 특수부대. 한국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규모가 더 크고 작전 범위가 넓다. 전체 병력 규모는 4만~8만명이고 10~20대의 젊은 군인으로 구성됐다고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쿠르스크에 파병한 북한군 중 상당수가 이 부대 소속이라고 알려졌다.
자강도 홍수 : 지난해 7월 북한 북부 자강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압록강과 그 지류인 장자강 주변 지역에 홍수와 산사태가 동시에 발생해 큰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재해다. 주택 200채 이상이 매몰되고 인명 피해가 1000명에 달했다고 알려졌다. 국제 사회의 지원을 거부해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 불만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도 전해진다.
쿠르스크 원전 :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쿠르스크주(州)에 있는 원자력 발전 시설. 두 개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0㎞ 떨어진 곳에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를 침공해 일부 지역에서 교전이 벌어지면서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 파병된 북한군은 대부분이 쿠르스크에 투입됐다고 알려졌다.
[단독] “北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
[단독] “北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
단독 北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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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크라 국방정보총국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가능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21일(현지시간)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에 대해 한국 송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드리 체르냐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대변인(대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체르냐크 대변인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우리는 한국의 국가정보원, 특수부대와 탄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공식 정부 기관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포로 리모 씨는 지난 19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0% 결심했다"며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리씨는 우크라이나군이 붙잡은 북한군 포로 2명 가운데 1명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군 포로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며, 귀순 의사가 확인되면 모두 수용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원할 계획이며 이런 입장을 우크라이나 정부에도 알렸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군 병사가 귀순 의사를 밝히면 우크라이나 쪽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에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리씨의 귀순 의사 진위 확인과 양국 간 협의 여부에 따라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체르냐크 대변인은 국내외 언론을 통해 국방부 정보총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직책 자체도 '대표'를 뜻하는 'Representative'다. 국방부 정보총국의 입장을 대표한다는 의미다.
국방부 정보총국은 우크라이나의 대외 정보 수집과 분석, 군사 첩보 활동, 특수 작전, 심리 정보전을 총괄하는 군 내부 정보조직으로, 파병 북한군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다.
체르냐크 대변인과의 인터뷰는 키이우 시내 주거지역의 한 건물에서 이뤄졌다. 정보총국 소속 인원들은 여러 사무실에 분산돼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진 촬영 요청을 거부했다.
다음은 체르냐크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 북한군 포로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한국 송환이 가능할까.
▲ 모든 것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는 한국 정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한국의 국정원, 특수부대와 탄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북한군 포로는 어디에 있나.
▲ 북한군 포로의 위치는 알려줄 수 없지만, 그들의 모든 필요는 충족되고 있으며, 안전하게 보호된 장소에 머물고 있다.
-- 북한군의 현재 동향은.
▲ 북한군과 심지어 죄수들까지도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다. 그들의 존재는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1만1천여명의 북한군은 최신 무기로 훈련받았고, 지난 두 달 동안 실제 전투에 참여했다. 이 기간 약 4천명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한다. 일부는 회복 후 전장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러시아 쿠르스크 최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지난달 중순부터 한동안 사라졌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 북한군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큰 손실을 보고 후방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후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전장에 투입됐다. 쿠르스크의 4개 여단이 모두 북한군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며, 혼재된 상태다. 북한군이 있던 진지가 타격을 받았을 때, 러시아는 해당 지점을 화염방사기로 완전히 파괴했다. 시신조차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고, 이에 따라 시신 회수나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다. 북한군의 위치에 대한 초기 정보는 잘못된 정보였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
--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은.
▲ 초기에 북한군 병력은 약 1만1천명이었고, 그중 4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남은 병력은 약 6천명으로 추정된다. 우리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총 15만명을 추가로 파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현대전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초기에는 북한군이 전술에 익숙하지 않아 큰 손실을 겪었으나, 그들은 빠르게 현대전을 학습하고 있다. 이제 북한군은 상당히 숙련되고 전문적인 전투력을 갖췄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운다. 반면 러시아 군인들은 북한 군인들을 과소평가하고 하층민처럼 대하지만, 사실 북한군의 전투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전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
▲ 비록 활발한 적대 행위는 없지만 러시아는 정보 작전을 강화하며 협상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군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을 지키며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이 러시아의 약점을 드러낸다. 러시아는 큰 병력 손실을 겪으며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자국을 보호할 수 없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실질적인 위협인가.
▲ 북한군의 존재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위협이다. 북한군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같은 수의 러시아 병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대량의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 구형 무기가 대부분이지만, 러시아와의 협정에 따라 북한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고, 이를 통해 현대식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인터뷰] 우크라 국방정보총국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가능해" | 연합뉴스
[인터뷰] 우크라 국방정보총국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가능해" | 연합뉴스
(키이우=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21일(현지시간)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에 대해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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