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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 행운 빌어요" 지구 197바퀴 돈 재계 인사들의 '종횡무진' 본문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목발을 짚은 채 외친 건배사다. '행운을 빈다'는 영어 관용어를 재치 있게 풀어낸 것.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엑스포를 부산에서 열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정부와 똘똘 뭉쳐 '원팀(one team)'으로 뛴 재계의 노력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지구 197바퀴 넘게 뛴 재계… BIE 회원국 일대일 마크
재계의 부산엑스포 유치 전략은 '밀착 마크'로 요약된다.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보다 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만큼,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 단체와 주요 대기업이 BIE 182개 회원국을 나눠 맡아 사업 연관성이 있는 국가를 찾아다니며 부산의 장점을 알리는 방식으로 홍보 효과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리에서의 엑스포 경쟁 프레젠테이션이나 순방 때도 동행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13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만 790만2,415㎞로 지구 197바퀴에 달한다.
최 회장이 선봉에서 가장 바쁘게 뛰었다. 최 회장과 SK그룹 CEO들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나라만 180여 개, 고위급 인사는 900여 명이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거의 매달 해외 출장을 다닌 최 회장이 "요새는 땅에서보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지난달 SK그룹 연례 행사인 CEO 세미나도 파리에서 열렸는데 최 회장은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엑스포 홍보를 위해 유럽과 아프리카로 떠났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도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서 주요국 정상을 만나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엑스포 유치를 적극 지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찾는 등 경영진도 적극 나섰다. 삼성전자는 파리에 입국하는 길목인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14개의 광고판을 설치해 부산이 엑스포 유치를 위한 최적의 도시임을 알렸다. 올해 '갤럭시 언팩' 행사를 서울에서 처음으로 연 것도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이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11월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찾는 등 직접 뛰었다. BIE 회원국 중 49개국(26.9%)을 보유한 아프리카는 유럽(49개국)과 함께 최대 표밭으로 꼽힌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9월 아프리카 6개국 주한 대사 등 외교 관계자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로 초청했다. LG전자는 10월 파리의 대표적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앞 광장에서 8m 높이의 초대형 워시 타워 모형과 함께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광고판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에서 K팝 콘서트 열고 영국 골프대회서도 홍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올해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미대사 초청 행사에서 부산이 엑스포 유치 최적의 장소임을 알렸다. 현대차는 최근 BIE 회원국 관계자들이 상주하는 파리 주요 지역에 배치된 270여 개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영상을 상영하며 막판 홍보전에 전념했다.
포스코그룹도 사업장이 위치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홍보전을 펼쳤다. 민간위원회 유치위원을 맡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나 부산 지지를 당부하는 등 주요 교섭 국가 정·재계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 주도로 지난해 7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직적으로 엑스포 유치를 기원했다. 특히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GS타워 고층부 외벽에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대형 홍보물을 걸어 눈길을 끌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젊은 감각을 살려 부산 엑스포 홍보전을 지휘했다. 1995년부터 HD현대오일뱅크가 주최해 온 국내 최대 규모 K팝 행사 '드림콘서트'를 5월 부산에서 열며 엑스포 유치 지원 사격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남자 골프대회로 꼽히는 '디 오픈' 공식 후원사 두산은 7월 대회가 열린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 안팎에서 부산 엑스포 전시물 설치와 브랜딩 버스 운영을 통해 홍보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정부 및 방산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인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를 방문해 지지를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부산 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탰다. 9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을 기념해 찾은 베트남에서 정·재계 관계자를 만나 부산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롯데는 결과 발표 전날인 27일까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장에서 엑스포 유치 기원 광고도 선보이고 있다.
CJ그룹도 부산 엑스포 홍보에 K컬처를 전면에 내세웠다. CJ ENM이 지난달 유럽 최대 규모 공연장인 프랑스의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연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콘서트에는 국제박람회기구(BIE) 각국 대표단들이 참석했다. CJ ENM이 9월 부산엑스포 홍보를 위해 걸그룹 케플러와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공개 3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기기도 했다.
올림픽·월드컵 이어 엑스포도… 경제 영토 넓히는 재계
재계 단체들은 기업 총수들이 함께 나서는 무대를 만들었다. 대한상의가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2023 다보스 코리아 나이트'를 열어 엑스포 유치전을펼친 게 대표적이다. 무역협회는 주한 대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여섯 차례 만찬을 열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랍 등 114개국 대사가 초대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단 초청 간담회, 아일랜드 대표단 초청 기업인 간담회 등을 열어 부산 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정부가 국제 행사 유치를 위해 기업을 대대적으로 동원하는 데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많다. 그럼에도 재계가 팔을 걷어붙이는 건 '경제 영토'가 넓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유치를 이끌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힘썼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제적 이벤트를 한국에서 열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생기고 국익이 증진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좋은 일에 빠지긴 어렵다"며 웃었다.
"부산 엑스포 행운 빌어요" 지구 197바퀴 돈 재계 인사들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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