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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115년 만의 기록적 비... 원인과 대책은?
CIA Bear 허관(許灌) 2022. 8. 10. 18:58
한반도에 '물폭탄'에 가까운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최소 8명이 사망하는 등 시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는 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11시10분까지 연평균 강수량의 30%를 넘는 426.5mm 비가 쏟아졌다.
특히 서울 동작구에는 1907년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5년 만에 역대 최고치의 비가 내렸다. 다만 공식 집계 기관인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가 아닌 관측기상장비를 통한 비공식 기록이다.
특정 지역에 비가 집중되는 이유는?
이번 폭우 원인은 폭이 좁은 정체전선이 상공에 오래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체전선은 북쪽에서 내려온 춥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만나 만들어졌다.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길어 좁은 범위 내에 많은 비를 내리는 게 특징이다. 전날 비구름대가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머물면서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북보다 강남 지역에 훨씬 더 많은 비가 내렸다.
해당 전선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냐에 따라 폭우 집중 지역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정체전선은 통상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소멸하지만, 이번에는 오호츠크해 인근에 '블로킹'(공기 벽)이 발생해 비구름이 정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변화'가 폭우 원인일까?
블로킹은 앞서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기록적 폭염의 원인으로도 손꼽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기후변화로 극지역과 중위도 기온 차이가 줄면서 공기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블로킹 발생이 잦아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블로킹을 비롯한 단기적인 기상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지만,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대변인은 BBC 코리아에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에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징후가 있다"며 "비의 원료가 되는 것이 수증기인데, (여름이 길어지면서) 남쪽으로부터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 양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과거에 비해 한반도 상공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더 큰 '물주머니'가 더 오랜 기간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시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지성 호우가 내릴 경우 배수 시설이나 인프라가 아무리 잘 구비돼 있어도 침수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시민들이 스스로 안전 행동 요령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침수 지역이나 침수 예상 지역에서 벗어나 안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침수로 인한 단전이나 단수에 대비해 비상전원이나 식수를 구비해 놓을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바깥에서 이동할 때는 최대한 물웅덩이나 침수 지역을 우회하라고도 조언했다. 감전이나 맨홀 뚜껑 탈락으로 인한 추락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중대본 대응 수위 최고 단계인 3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 북부에 호우특보를 발효 중이다.
행안부는 호우특보가 내렸을 시 TV, 라디오 등을 통해 기상정보를 지속해서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차량은 속도를 줄여 운행하고 개울가, 하천, 해안가 등 급류에 휩쓸릴 수 있는 지역이나 위험지역에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공사장 근처나 가로등, 신호등, 전신주 근처도 피하는 게 좋다.
집에 물이 들어올 경우 누전 차단기를 내리고 고무장갑을 낀 채로 가전제품 플러그를 뽑아둬야 한다.
진 맥켄지, BBC 서울 특파원
이날 오전, 서울에는 잔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비극은 분홍빛이 섞인 벽돌색 다세대 주택에서 일어났다. 근처 포장도로 위로 깨져있는 작은 창문이 바로 보였다.
지난밤, 이 창문과 연결된 반지하 집에서 일가족 3명이 숨졌다. 40대 자매와 그 중 한 명의 딸인 13세 자녀다. 이날 오전까지 집 주변은 물로 흥건했고 잔해도 흩어져 있었다.
이 집은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아파트와 거의 똑같이 생겼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영화 첫 장면에서 주인공 가족이 폭우로 인해 집에 들어찬 물을 필사적으로 퍼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결말은 더 최악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도 가족의 죽음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의 죽음은 이곳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해를 입은 부촌 강남의 화려한 빌딩숲과 떨어진 이곳, 생활하기 어려운 지하 주택에 수백 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폭우, 언제까지 계속되나?
이날 오전 기상청은 전날 중부지방(서울·경기·강원·충청)에서 시작된 집중호우가 오는 1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오는 11일까지 경기 남부·충청 북부에 최대 350mm, 서울 등 수도권에 300mm 비가 더 내릴 수 있다고 봤다.
12일부터는 정체전선(비구름대)이 점차 남하하면서 충청 남부·전북·경북 북부에 많은 비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비구름이 계속 남하하다가 약화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13일쯤 북한 쪽에서 새로운 정체전선이 활성화할 경우 오는 16일까지 중부지역에 또다시 비가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폭우로 식량사정 더 나빠질 수도
북측 지역에도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북한 당국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9일 현재 황해도 남부와 강원도 남부, 개성에 폭우 경보가 발령됐다. 특히 "9일 밤까지 서해안 지역과 강원도, 자강도, 남부지역에서 폭우 및 많은비 주의경보"라며 수해방지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또한 이 기간 황해남북도, 강원도 등지에 250∼300㎜의 강수량이 예견된다고 전했다.
전날인 8일 평양 시내를 관통하는 대동강 일대에는 강변 인도가 물에 잠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대동강은 지난 6월 장마 당시에도 집중호우로 범람했다.
문제는 안 그래도 어려운 북한의 식량사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 농촌경제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BBC 코리아에 "가뭄과 장마 등 연이은 자연재해로 북한이 올 여름을 넘기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 총 소요량에 비해 공급량, 생산량, 국제기구 지원 등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실제 지난 6월 말, 7월 초 거둬들인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물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 원장은"지금까지 날씨를 보면 가을 작황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국제식량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최대 1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절대적 식량 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 기반 시설이 잘 정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같은 강수량의 비가 와도 북한이 더 큰 피해를 입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설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북한의 이 같은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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